3월 30일자 A14면에 "학벌, 나이는 따지지 않더라? 어학, 자격증으로 '진검 승부'"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진검승부'는 '신켄쇼부(眞劍勝負)'란 일본말로 알고 있는데 '사생결단(死生決斷)' 등 다른 우리말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서울 강남구 독자 이문호씨

A: 일본말이 맞습니다. 우리말 표현은 '생사 겨루기'

독자께서 지적하신 대로 '진검승부(眞劍勝負)'는 일본식 표현이 맞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바른 우리말 표현은 '생사 겨루기'입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는 "'진검승부'란 말은 일본에서 18세기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목숨까지도 잃을 각오로 승부한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쓰인다"고 설명합니다.

'진검승부'란 말이 쓰인 것은 도쿠가와막부(德川幕府) 시대(1603~1867년) 후기부터입니다. 전국(戰國)시대에 뒤이은 200년간의 평화시대가 지속되면서 당시 일본의 무사 계급은 지위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부 무사들은 진검을 팔고 대신 목검(木劍)을 들고 다녔고, 일부는 살인청부업자로 전락하기도 했지요. 전국 시대에 진검을 든 상대와 싸우던 무사들이, 도쿠가와막부 시대엔 무기가 없거나 목검을 든 상대를 진검으로 해(害)하는 상황이 된 거죠. 송민 전 국립국어원장은 "이때부터 '진검승부'란 말은 '사소한 시비를 빌미로, 진짜 칼을 들고 상대방을 해하려는 나쁜 마음'이란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최현묵 기자

'진검승부'란 말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송민 전 원장은 "한국에선 1970년대 말부터 일부 언론에서 이 말이 쓰인 뒤 점점 그 사용이 늘어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기자들도 무심코 이 말을 쓰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본어가 우리말처럼 널리 쓰이게 된 데는 기자들과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조선일보는 앞으로 '진검승부'와 같이 일본어에서 온 표현을 좋은 우리말로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