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국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2009 F1(포뮬러 원) 중국그랑프리. 레이스가 절정으로 치닫던 39바퀴째에 마크 웨버(33·레드불 레이싱팀)의 머신(경주용 자동차)이 본부석 맞은편 피트(pit·서킷 안의 정비소)에 들어섰다. 20여명의 피트 크루(pit crew·정비 요원)가 순식간에 머신에 달라붙었고, 머신의 앞뒤에 선 2명이 잭(jack·기어나 유압 등을 이용해 무거운 것을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기구)을 이용해 머신을 들어 올렸다.
이때부턴 번개같은 작업의 연속이었다. 타이어 하나당 3명씩 붙어 공기총을 이용해 중심의 대형 너트를 빼는 방식으로 3초 만에 4개의 타이어가 전부 교체됐다. 호스를 잡은 4명은 동시에 휘발유를 채워 넣었다. 피트에서 타이어를 교체하고 연료를 주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5초였다.
◆아름다운 팀 스포츠 F1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F1은 단순히 드라이버만의 경쟁이 아니다. 뒤를 받치는 팀원들의 절묘한 호흡 없이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F1 팀 하모니가 가장 돋보이는 시간이 피트 스톱(pit stop·타이어를 바꾸거나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피트로 들어와 잠시 멈춰 서는 것)이다. 1초 안에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레이스에 포함되는 피트 스톱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피트 크루는 시즌 전 타이어 바꾸는 훈련만 수백 시간을 한다. 피트 스톱 시기와 횟수는 감독의 치열한 머리싸움에서 나온다. 연료를 조금 넣고 머신을 가볍게 해 속도를 높이는 대신 피트 스톱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고, 피트 스톱을 줄이고 연료량을 늘려 쉬지 않고 달릴 수도 있다. 이는 타이어 교체 시기와 맞물려 결정된다.
F1은 팀당 평균 80명이 그랑프리에 참가한다. 드라이버 두 명과 후보 격인 테스트 드라이버 1~2명, 감독 등 코칭스태프, 엔진과 차체를 설계하는 엔지니어, 정비와 관리를 담당하는 피트 크루, 전속 요리사 등이 팀을 구성한다.
◆상하이의 변수는 비
이날의 변수는 비가 내린 상하이 날씨였다. F1은 시속 320㎞까지 나오지만 트랙이 젖어 타이어와 노면의 접지력이 크게 떨어지며 최고 순간 속도가 시속 273㎞에 그쳤다. 각 팀은 폭우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레이스를 펼쳤다. 그래도 노면에 미끄러져 머신이 부서지는 사고가 속출하며 4명의 기권자가 나왔다. 상하이의 첫 글자인 '上' 모양을 딴 5.451㎞의 서킷을 56바퀴 도는 레이스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는 독일 출신의 세바스티안 베텔(22·레드불 레이싱팀)이었다. 베텔은 '수중전'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1시간57분43초485로 팀 동료인 2위 마크 웨버에게 10초970 앞섰다.
비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날 대회장에는 23만명의 관중이 운집해 F1의 속도를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