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 살펴본 '매거에 의한 귀납논증'은 결국 통계에 근거를 둔 논증이다. 하지만 이 통계적인 논증에는 위험한 논리적 오류가 숨어 있다. '논술'이 아무리 논리적인 진술을 그 일차적인 목표로 삼는다 하더라도, 논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대방을 설복시키는 데에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상대방을 불법적으로 이기고 또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해 논리적인 기만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귀납적 논증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논술의 기만적인 형태는 '불충분한 통계의 오류'와 '편향통계의 오류'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선, '불충분한 통계의 오류'란, 귀납적 일반화에 필요한 관찰 자료들이 충분히 마련되기도 전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오류를 말한다. 이 오류는 '결론으로 비약하는 오류'라고도 불린다. 왜냐하면 충분한 자료의 검토도 없이 어떤 결론을 내리는 논리적 비약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회에서 예로 들었던 후추 열매의 품질등급 결정과 여론조사의 경우에서, 몇 알갱이의 후추열매만으로 표본을 취해 그 관찰결과로부터 통 속의 전체 열매에 대한 품질등급을 결론짓는다면, 이는 믿을만한 결론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또 불과 몇 사람의 의견만을 반영한 여론조사로 어떤 결론을 내린다면, 그 결론은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산 어는 회사의 자동차 성능과 품질이 '형편없다'고 말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 말을 듣고서 다른 많은 사람도 그 회사의 자동차를 사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빈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론에 불과하다. 이 결론의 내용은 그리 신빙성 있는 것이 못 된다. 더욱이 어떤 자동차 회사라도 일정 비율의 고장률을 가지기 마련이다. 또 다른 예로는, 소수의 진보주의자 집단, 소수종파, 소수민족 등에 대해 쉽사리 편견에 빠지는 사람들은 그런 집단에 속하는 몇몇 사람들에 대한 관찰만을 바탕으로 그 집단에 속하는 구성원 전체를 그릇되게 판단한다. 물론 귀납적 일반화에 필요한 표본 자료의 수요를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조사와 탐구의 영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영역에서는 단지 몇 개의 표본자료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있으며, 다른 영역에서는 수십만 혹은 수백만의 표본자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편, 필요한 표본자료의 수요는 결론이 갖는 '확실성의 정도'에도 달렸다. 즉, 동일한 주제로 열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십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그 확실성의 정도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표본자료의 충분한 확보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성급한 일반화를 행하는 것을 금하거나 충분한 표본자료가 모일 때까지 귀납적 일반화를 보류해야만 한다. 우리는 중세 때 행해진 '마녀사냥'이나 또한 중세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교도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증오가 모두 몇몇 경우에만 국한된 관찰을 근거로 만들어진 '불충분한 통계의 오류'의 구체적인 예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두 번째의 통계적 오류는 '편향통계의 오류'이다. 이것은 표본조사에 사용된 자료들이 조사대상인 어떤 집단의 구성요소 내지는 구성원 전체를 '고르게 대표'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오류이다. 즉 편향통계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표본조사를 대표적인 자료에 근거해야 한다. 이미 앞에서 예로 들었던, 후추열매의 품질판정에서 표본조사를 하기 전에 통 안의 후추열매들이 고르게 섞이게끔 후추통을 잘 흔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비양심적인 상인이 통의 맨 윗부분에만 고급품질의 후추열매를 배열하고 나머지 부분을 저질의 후추열매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특정 지역이나 특정 나이의 사람들에 대한 표본조사로 만들어진 여론조사의 결론은 믿을 수 없다. 편향통계의 오류를 잘 드러내 주는 또 다른 예는 일기예보의 경우다. 사람들은 툭하면 일기예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불평을 터뜨린다. 그러나 기상예보관의 다음과 같은 불평도 역시 합당한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은 내가 만든 일기예보 중에서 틀린 예보만 기억하고, 맞는 예보는 기억하지 않는단 말이야!"
또 다른 예로 소수의 진보주의자 집단, 소수종파 및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소수집단이 내보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만을 기억한다. 반면 그 소수집단이 내보이는 바람직한 특성들은 완전히 무시하거나 외면해버린다. 이것은 '편향통계의 오류'의 가장 뻔뻔한 형태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믿는 신념이나 이론에 불리한 반증들에 대해 두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이다.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그의 저작인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에서 편향통계의 오류를 이렇게 비난한다.
"인간의 오성은 일단 어떤 의견(공인된 것이거나, 혹은 개인적이거나)을 채택한 다음에는, 그것을 지탱·유지하고, 또 그것에 맞추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끌어다 댄다. 그리고 그러한 의견에 반대하는 측이 제시하는 반증사례들이 아무리 수효가 많고 그 신뢰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어떤 핑계를 대어 쓸모없다고 선언하고 거부해 버린다. 이런 편향된 경향은, 오성이 이전에 내린 결론들의 권위를 손상하지 않고 유지하려는 의도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광신이나, 미신들 - 점성술, 해몽, 운명에 대한 점, 신의 벌(마녀사냥도 그 한 예) - 이 모두 이런 식이다. 이러한 헛된 일들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점에서 그들의 의견을 만족하게 해주는 사건이나 사례들은 기록해 두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건이나 사례들에 대해서는, 비록 이런 경우가 훨씬 더 흔하게 일어난다 하더라도, 무시해버리거나 모른 체 해버린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관찰 자료들을 조사해 어떤 결론을 만들어내는 귀납적 일반화, 즉 귀납적 논증은 관찰 자료의 '수효'와 '대표성'에 따라 올바른 논증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올바르지 못한 논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논술에서 우리는 귀납적 일반화에 내포된 이와 같은 통계적 오류를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