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의 목마'라는 말을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에서 그리스 군대는 거대한 목마를 남기고 철수하는 위장전술을 펼쳤다. 이에 속아 넘어간 트로이 사람들은 신기한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 놓고 연회를 베풀며 승리의 기쁨에 취했다.
트로이 사람들이 모두 술에 취해 잠든 새벽, 목마 안에 숨어 있던 그리스 군사들이 빠져나와 성문을 열었다. 후퇴하는 척했던 그리스 군사들은 순식간에 쳐들어와 트로이 성을 함락시켰다. 트로이전쟁은 그리스의 아킬레스와 오디세우스, 트로이의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등 숱한 영웅과 신들이 함께 등장하는 가운데 10년 동안이나 계속됐으며 목마를 이용한 위장전술을 쓴 오디세우스의 계책 덕분에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났다.
이 흥미로운 영웅들의 전쟁이야기는 고대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수많은 영웅 서사시로 만들어졌다. 그리스의 호메로스(Homeros, BC 800?~BC 750)가 지은 유럽 문학 최고의 서사시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역시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했다.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된 '파리스의 심판'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도 트로이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신화는 '파리스의 심판' 이야기가 전쟁의 불씨가 됐다고 서술한다.
신화의 내용은 이렇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화가 나서 연회장에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고 쓰인 황금사과를 남기고 떠난다. 올림포스 최고의 여신 '헤라', 전쟁과 지성의 여신 '아테나',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세신이 황금사과를 서로 갖겠다며 쟁탈전을 벌인다. 누구에게 사과를 줘야 할지 고민하던 신들의 제왕 제우스는 그 심판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맡겼다.
세 여신은 황금사과의 주인이 되기 위해 파리스에게 온갖 선물 공세를 펼친다. 헤라는 세계의 패권을, 아테나는 지혜를,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세 여신의 제의를 받은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황금사과의 주인으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오게 된다. 아름다운 왕비를 빼앗긴 데 격분한 그리스인들은 트로이와 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한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무적의 그리스 군대와 1000척의 배를 이끌고 형 아가멤논과 함께 트로이 원정길에 나선다.
◆신을 인간과 친숙한 존재로 본 그리스 미술
파리스의 심판 이야기는 서양 미술사에서 회화와 조각 등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특히 바로크 미술의 대표 화가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이 주제로 여러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파리스의 심판'을 살펴보자. 세 명의 여신이 인간인 파리스 왕자에게 서로 자기를 선택해달라고 아양을 떨면서 서로 미모를 뽐내고 있다. 파리스 왕자의 손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 주어질 황금사과가 들려 있다. 파리스 왕자는 '트로이를 망하게 할 아이'라는 신탁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양치기로 자랐기에 양치기 복장을 하고 있다. 루벤스는 전지전능한 신들이 인간에게 평가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화폭에 담았다.
신과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낸 '파리스의 심판'과 같은 작품을 보면 그리스 신화나 미술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는 도시국가였으며 무엇보다도 신과 인간의 이상적인 조화를 모토로 예술을 발전시켰다.
이집트 미술이 왕, 즉 파라오의 영혼을 위한 예술이었다면 그리스 미술은 신과 인간을 위한 예술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신을 인간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 신화에서 끊임없이 상상력을 제공받으며 신들의 모습을 재현해 냈다. 신은 절대적인 능력을 지닌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행복의 신, 믿음의 신 등 인간생활의 부분들을 책임지는 친숙한 존재로 봤다. '파리스의 심판'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간과 같은 모습, 인간의 친구 같은 모습으로 신들을 그려낸 것이다.
※더 생각해볼 거리
―상상력의 산물인 '신화'는 인류의 문명발달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