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를 돌고 난 타자주자 김상훈과 플라이 타구가 우익수에 직접 잡힌 줄 알고 1루부근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1루주자 이현곤(이상 KIA)의 위치가 서로 뒤바뀐 순간, 이미 사고접수는 자동으로 완료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야구에는 주행선만 있을 뿐 추월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4월 26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KIA전(5회초 무사 1, 2루)에서 일어났던 김상훈의 추월사건은 1루주자의 포스아웃 인정여부와 연계되어 많은 뒷 얘기를 만들어냈지만, 얽힌 실타래와도 같았던 상황을 풀 수 있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바로 추월에 대한 해석에서 찾을 수 있다.

추월아웃은 상대 팀의 어필이 있고 없음과 아무 관련이 없다. 상황 발생과 동시에 선행주자를 앞지른 뒷주자는 아웃이다. 흔히 주자가 루를 밟지 않아 일어나는 ‘공과’ 시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격상 전혀 다른 문제다. 도로교통법에 비유하자면 공과는 규정위반이고 추월은 교통사고다.

루의 공과는 상대 팀의 지적이 반드시 전제가 되어야 하지만, 추월은 발생 즉시 아웃이다.

2006년 메이저리그에서는 추월 때문에 홈런이 단타로 기록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로페스는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지던 2회, 중견수 머리 위로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는데, 1루주자 테하다가 그만 이 타구가 잡힌 것으로 착각해 1루로 귀루하는 도중에 타자주자 로페스와 위치가 엇갈리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상황을 꼬이게 만든 잘못은 1루주자 테하다에 있었지만 로페스는 주자 위치상 선행주자 테하다를 앞지른 꼴이 되어 아웃이 되어야 했고, 결국 홈런이 아닌 단타로만 기록되었던 사건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67년 7월 19일 백인천(도에이 플라이어스)은 긴테쓰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3점홈런을 때려내고도 1루주자를 추월하는 바람에 단타로 기록되고 만 일(경기는 연장전에 돌입)이 있었다.

한편 홈런에 관련된 추월에 있어선 한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홈런이 터진 뒤에 일어난 추월은 반드시 득점문제가 뒤따르게 되는데, 추월아웃이 선언된 시점(아웃 카운트)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무사나 1사 때 홈런을 친 타자주자가 루상의 주자를 추월했을 때에는 추월 당사자 본인만 아웃될 뿐, 나머지 주자들의 득점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본인의 홈런기록이 날아가고 아울러 타점 한 개를 손해보는 것으로 합의(?)를 본다. 가령 석 점짜리 홈런이었다면 단타와 타점 2개로 바뀌게 된다.

만일 홈런을 친 타자 자신이 아니라, 루상의 기존 주자가 선행주자를 앞질렀다면 타자의 홈런기록은 그대로 살아있게 된다. 추월로 아웃된 주자로 인해 타점만 한 개 줄어들 뿐이다.

하지만 2사후에 추월이 일어났다면 문제가 풍선처럼 커진다. 극단적으로 만루홈런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타자가 1루를 돌아 1루주자를 추월했다면 추월한 순간 3아웃이 된다. 기록은 단타가 되고, 득점은 추월아웃(3아웃)이 일어나기 전까지 홈을 통과한 주자에 한해 인정된다. 3루주자라도 추월아웃 상황 전에 홈을 밟지 못했다면 노득점이다.

규칙 4.09에 따르면 ‘2사 후 어느 주자가 다른 주자를 추월해 아웃(3아웃)이 되면 그 아웃된 주자의 뒤에 있는 주자들의 득점이 기록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웃된 주자보다 앞에 있는 주자라도 3아웃이 이루어지기 전에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으면 득점은 기록되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추월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주루도중 발생한 주자들끼리의 단순한 신체접촉이나 도움 등은 추월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규칙 7.08). 주자 위치가 바뀌지 않는 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2004년 신조(당시 니혼 햄)는 9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린 뒤, 1루를 돌고 난 지점에서 1루주자였던 다나카와 서로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다 추월로 인정되어 아웃된 적이 있었다. 역시 기록은 단타였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더 설명하자면 추월에는 ‘역추월’이라는 것도 있다. 이는 주자들의 진루가 아닌 귀루 때 생기는 추월을 말한다. 가령 무사 주자 1, 2루 때 타자가 우중간을 가를 듯한 깊숙한 타구를 보냈다고 하자. 주자들은 안타가 될 것으로 판단해 일제히 홈을 향해 내달렸으나 우익수가 이 타구를 잡아내자 다시 원래 있던 루로 복귀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선행주자인 2루주자가 2루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1루루자를 추월(2-3루간에서)했다고 할 때, 누가 아웃일까?

추월을 저지른 주자는 2루주자가 맞지만, 아웃이 되어 그라운드를 떠나야 하는 주자는 정작 1루주자다. 왜 그럴까?

이는 주자의 위치가 뒤바뀌었을 경우, 언제나 후위주자가 아웃이라는 규칙에 근거를 둔다. 비록 역추월이라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가깝게 있어야 할 주자는 의당 2루주자다. 따라서 1루주자가 더 가깝게 위치한 상황이 일어났다면 그 과정이 역추월이라 하더라도 1루주자가 순서를 어긴것이라고 단정짓기 때문이다.

빠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추월’, 야구에서는 한마디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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