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태릉, 우충원 기자] 지난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에서 열린 제16회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은 쇼트트랙의 김기훈이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한국은 쇼트트랙에서 만큼은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며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에도 불구하고 메달을 따냈다.

세계 최고인 한국의 쇼트트랙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금메달을 따내는 것 보다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매번 올림픽마다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면서 세대 교체도 빠른 것이 우리나라 쇼트트랙의 장점.

그런 이유일까. 쇼트트랙 선수생활을 하다 한 번 미끄러지면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뒤 팬들에게 잊혀진 존재였던 이승재(27)가 다시 태릉선수촌 진입에 성공, 금메달을 위해 스케이트끈을 묶었다.

▲ 16세에 국가대표 발탁-27세에 복귀

대구 출신의 이승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취미로 스케이트를 접했다. 또래보다 실력이 월등했기 때문에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며 고등학교 1학년이던 열 여섯 살에 국가대표가 됐다.

"세상이 모두 제 것과 같았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어렵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열심히 하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대한민국 쇼트트랙은 대단했습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이승재는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하지만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잡지 못했고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올림픽에 대한 열망은 컸다. 최고의 노력을 다했지만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대표 선발전서 최종 엔트리 6명 안에 들지 못해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 무식하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이승재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특별하게 서울대를 입학해야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하지만 '운동을 한 사람은 무식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공부를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학교장 추천제에 의해 수시로 합격했습니다. 그래도 고교 시절 상위 20% 안에는 들었어야 하니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케이트를 열심히 타는 것도 중요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전북도청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이승재에게 공부는 평생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가장 큰 숙제이기 때문에 공부 생각은 우선 뒤로 미루었다.

▲ 너무나 소중한 태릉선수촌

고등학교 1학년부터 8년간 대표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태릉선수촌의 소중함에 대해 몰랐다. 얼마나 좋은 시설에서 자신이 운동하고 있고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찾게 된 태릉은 단순한 훈련장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대표팀 예비 소집을 위해 오랫만에 태릉선수촌에 들어왔을 때 그동안 느낌과 달랐습니다.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곳인지 이제 알게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 이제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이승재는 태릉에 들어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체력은 생각보다 쉽게 올라왔지만 스케이트 실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

"갈등이 많았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이기는 하지만 쇼트트랙 선수로는 고참에 속합니다. 능력있고 실력있는 어린 선수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통해 모두 이겨냈습니다. 이제 겨우 한 개의 관문을 통과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게 실력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때로는 운도 필요하겠지만 노력이 없다면 모두 물거품이 된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을 때 이승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또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한 발씩 내딛고 있다. 금메달을 위한 이승재의 꿈이 어떻게 결실을 맺게 될지 이제 다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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