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문화원-KBS울산홀-문화예술회관-문화공원 이 네 곳이 한데 모여 있는 남구 달동 문화블록은 울산 신도심의 '문화 1번지'다.
1960년대에 문을 연 문화원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 KBS울산홀, 1990년대에 문화예술회관이 블록을 이루다가, 2003년 문화공원이 추가됨으로써 도심 복판이 통째로 거대한 문화블록이 되었다. 특히 5만6000여㎡에 이르는 문화공원은 기존의 3개 문화 건물군(群)을 하나로 묶어내는 넉넉한 공간이 되고 있다.
1964년 문을 연 현 남구문화원은 원래 울산문화원이었다. 당시 기초 시(市)였던 울산의 유일한 문화원으로, 주변이 온통 질펀한 논이었던 삼산벌에 우뚝 선 4층 건물이었다. 한때 예총을 비롯한 문화단체들이 사용하며 처용강습, 향토사 등의 모임과 교육, 향토문화의 산실이었다.
1988년 개관한 KBS울산홀은 이 일대를 문화중심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당시 변변한 공연장 하나 없었던 울산의 유일한 공연장이었다.
1995년 울산문화예술회관의 개관으로 이 일대는 명실상부한 울산 신도심의 문화중심으로 부상하면서, 문화공간을 블록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휴식과 주차까지 가능한 고급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거의 40년 만에, 나란히 서 있던 대형 문화공간 세 곳을 하나로 묶은 것은 세 건물과 배를 맞대고 있는 문화공원이다. 600여대의 주차능력을 갖추고 대규모 공연, 전시, 관람, 집회, 체육, 교육까지 소화하는 거대한 도심문화블록이 탄생한 것이다. 주변 일대는 이미 각종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문화공원 안의 분수광장 등 다양한 시설들이 울산의 문화콘텐츠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편 문화블록 앞의 번영로는 50m의 폭을 가진 울산에서 가장 넓은 도로인데, 비인간적인 스케일이 거리의 사람들을 압도한다. 그래서 번영로가 문화블록을 관통하면서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귄위적이고 딱딱하다.
이 넓은 길은 보다 인간적인 체취를 느낄 수 있도록 보도에 아기자기한 조형물이나 각종 가로시설물을 배열해 놓으면 어떨까. 문화예술회관 건너편의 무색무취한 건물들도 '문화적 재생'을 위해 건물의 앞면을 대상으로 '파사드 콘테스트'라도 벌여보면 어떨까. 길가의 건물들을 다양하고 개성 있게 꾸며 주제가 있는 거리로 바꾸다 보면 서울 동숭동 문화거리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답답한 모습이 있다. 바로 KBS의 철제 담장이다. 투시형이긴 하지만 문화블록엔 어울리지 않는 거부감을 준다. '섬처럼 유리된 공공 공간'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인근 남구청이 2002년 440m의 담장을 헐었듯 KBS도 담장을 철거하거나 친환경적으로 꾸미면 어떨까. 이렇게 되면 문화블록은 글자 그대로 자연과 인간이 호흡하는, 공공건물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는 열린 공간이 된다.
KBS의 담장을 허물어 문화공원-문화예술회관-KBS홀-문화원이 이루는 거대한 도심 문화블록을 온전하게 시민의 품에 안겨주자. 문화원 건물도 헐지 말고 리모델링해 삼산의 건축명품거리로 꾸며보면 좋겠다.
시민 품으로 돌아온 도심의 거대한 문화블록은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밤의 정취에 취하고, 무심코 거닐어도 어느새 예술적 향기에 젖는, 그래서 한번 가보면 다시 가보고 싶고, 언제나 예기치 않은 문화예술의 감동과 만남이 이어지는 그런 곳이 될 것이다.
서울 인사동의 자연스러운 전통거리와 동숭동 대학로의 신문화거리, 파리의 샹제리제, 비엔나의 케른트너, 베를린의 쿠담, 런던의 리전트 거리 등 세계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문화거리 목록에 울산 도심 문화블록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