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의 거리가 궁금해서 알아보니 27.43m라고 합니다.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1루에서 타자들이 간발의 차로 살고 죽는 경우가 많은 것도 베이스 간 거리와 관련 있나요?
― 서울 창신동 독자 백근우씨
A:근거 명확치 않아, 90피트를 미터법으로 환산한 것
미국에서 발달한 야구는 피트(ft)와 인치(inch)를 기본 단위로 써서 거리를 나타냅니다. 베이스 사이 거리가 27.43m라는 것이 복잡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90피트를 미터로 환산한 것입니다. 즉, 내야 한가운데에 있는 투수 마운드는 홈 베이스에서 18.44m 떨어져 있는데, 이것 역시 60피트 6인치를 미터로 바꾼 것입니다.
이 같은 내야 규격은 1845년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뉴욕의 은행원이던 알렉산더 카트라이트(Cartwright)는 '니커보커 클럽(Knickerbocker baseball club)'이라는 야구팀을 만들면서 20개의 야구 규칙을 정했습니다. 니커보커 클럽은 4번째 조항으로 "홈에서 2루까지 42걸음, 1루에서 3루까지 42걸음"으로 한다고 야구장 규격을 정했습니다. 1걸음을 3피트(91.4㎝)로 계산하면 베이스 사이의 거리는 89.1피트가 돼 지금의 야구장(90피트)과 거의 똑같습니다.
니커보커 클럽이 왜 '42걸음'을 기준으로 삼아 야구장을 만들었는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평범한 타구가 나왔을 때 수비수들이 무리 없이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는 '범위'를 경기경험을 통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7.43m는 현대 야구의 재미를 위한 '최적의, 그리고 아주 과학적인 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자가 공을 친 뒤 1루에 도착하기까지 4초 안팎의 시간이 걸립니다. 타자는 전력을 다해 달리고, 내야수는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최대한 빨리 공을 잡아 1루로 던집니다. 이 '4초의 승부'는 언제나 간발의 차로 아웃이나 세이프가 결정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칩니다.
도루도 마찬가지입니다. 100m를 12초에 달리는 선수라면 1루에서 2루까지 27.43m를 달리는 데 약 3.3초가 걸립니다. 투수가 던진 공을 포수가 잡아 2루까지 던지는 시간 역시 3.3초 정도입니다. 164년 전 만들어진 야구장에선 언제나 0.1초에 울고 웃는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