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러브(Love ·51)와 쿠거(Cougar·58)는 결혼한 지 10년 된 다정한 커플이다. 하지만 그들 각자에겐 또 다른 여러 명의 '섹스 파트너'가 있다. 둘은 서로의 '남자(여자) 친구'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며, 그런 관계가 오히려 부부 관계를 더 풍요롭게 해준다고 믿는다.

러브와 쿠거는 폴리아모리스트, 즉 '폴리아모리(Polyamory)'를 채택한 부부다. 폴리아모리란 서로를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多者間) 사랑을 뜻하는 말로, 모노가미(Monogamy·일부일처제)의 대안으로 생겨난 새로운 결혼 형태다. 미 ABC방송은 이런 폴리아모리를 채택한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에선 '차세대 인권운동'으로까지 보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폴리아모리 운동은 1960~70년대 공동체 생활에 뿌리를 두고 생겨났다. 1986년 설립된 폴리아모리 그룹의 모임 '러브 모어(Love More)'에서는 3000여명이 활동하고 있고, 단체 메일 수신 명단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1만5000명이 등록돼 있다. 폴리아모리 전문가 데보라 애너폴(Anapol)은 "폴리아모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지금은 많은 문화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하와이에선 부부 외 다른 파트너를 뜻하는 '푸날루아(punalua)'라는 단어도 있다"고 말했다.

폴리아모리를 채택한 이들은 여러 파트너로 이뤄진 '그룹'을 이루며, 그룹 안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룹을 벗어난 관계는 허용하지 않는다. 그룹에 따라 한 번에 한명의 파트너하고만 성관계를 맺게 하는 등 규칙이 있다. 그룹 멤버들끼리 자식을 함께 기르기도 한다.

미 보수단체들은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한 것이 폴리아모리 그룹 같은 비(非)전통적인 형태의 관계가 생겨나는 데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폴리아모리 그룹은 "우리는 단순한 섹스 파트너가 아니라 정신적인 유대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