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의 포워드로 한국 농구를 풍미했던 현주엽(34ㆍLG)이 전격 은퇴한다.
프로농구 LG 구단은 24일 "현주엽이 현역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현주엽은 구단의 지원을 받아 오는 9월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 지도자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이로써 현주엽은 1998년 SK에 1순위로 지명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뒤 10년 만에 코트를 떠나게 됐다.
농구 선수로는 사실 많지 않은 나이에 전격적으로 결정된 은퇴다. 현주엽과 같은 황금시대를 지낸 이상민(37ㆍ삼성) 서장훈(35ㆍ전자랜드) 신기성(34ㆍKT) 등의 스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현주엽은 '한'이 많은 비운의 선수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농구 명문 고려대에서 연세대와 쌍벽을 이루며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포워드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가 프로 9시즌 동안 정규리그 397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평균 13.3득점, 5.2어시스트, 4.1리바운드다.
1998~1999시즌 SK에서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명성은 여전했다. 그러나 SK에 입단한 지 1년여 만에 당시 골드뱅크(현 KT)에 소속돼 있던 조상현(LG)과 트레이드되면서 비운의 길을 걸어왔다.
자신이 상무에 복무할 때 소속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거나 팀 성적 부진으로 인해 '농구대잔치 세대'중 유일하게 플레이오프 운이 없었다.
KT에서 뛰고 있던 2004~2005시즌이 돼서야 비로소 플레이오프를 경험할 정도였다. 지난 4월 6강 PO 도중에 부친상을 당했던 현주엽은 그동안 한 번도 끼지 못한 챔피언 반지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가장 큰 원인은 끊이지 않는 부상 때문이다. 현주엽은 지난 5월 왼쪽 무릎 연골재생 수술을 받았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무려 4번째 수술이었다.
이번 수술 이후 내년 1월이나 돼야 복귀가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LG 구단의 김성기 사무국장은 "당초 부상선수 공시를 통해 1년간 재활에만 집중토록 한 뒤 내년 5월까지인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주엽은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했다. 내년 1월 시즌 중반에 복귀한다고 해도 이미 자신을 배제한 상태에서 전력을 꾸린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특히 23일 고려대 1년 선배 양희승(KT)의 은퇴 소식을 접한 뒤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릎 깁스를 하고 있는 현주엽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에 관한 심경을 털어놓을 예정이다.
강을준 LG 감독은 "그래도 현주엽이 재활에 성공해 코트에 복귀하기를 바랐는데 은퇴를 결심했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농구팬들 역시 LG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현주엽 은퇴에 대한 통한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