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지는 16일 오전 여수 소호동 디오션리조트. 진입 도로 갓길에는 관광버스 20여대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콘도 입구 앞에는 유치원생 40여명이 안전요원으로부터 안전한 물놀이 요령을 배우고 있었다.
"물에서 잠수하면 엄마·아빠 못 보니깐 하지 마세요." "예~!"
7~8월 성수기를 맞아 디오션리조트 실내외 물놀이장은 이용객으로 북적였다. 이달 들어 주말 하루 평균 이용객은 5000여명 수준. 정원 6000명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본격적인 8월 무더위를 한 달 앞둔 시점이라 분위기가 고무적이다. 평일 하루 평균 이용객은 3000명. 128개 콘도 객실도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예약이 꽉 찼다.
디오션리조트는 "작년 대비 성수기 이용객이 40%가량 늘었다"며 "장마가 끝나면 더 많은 이용객이 몰려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가막만 앞에 자리한 디오션리조트는 물놀이장·콘도미니엄·특급호텔로 이뤄진 복합관광단지다. 작년 7월 18일 문을 연 이후 단걸음에 남해안 대표 종합휴양시설로 떠올랐다.
1조5000억원을 들여 이 리조트를 만든 기업은 ㈜일상해양산업.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계열 회사다. '2012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이만한 규모의 숙박시설을 투자한 사례는 아직 없다.
문제는 디오션리조트가 앞서 설명처럼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수입처가 없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투자 규모에 비해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4530억원 들여 만들기로 한 지하2층·지상 43층 규모의 6성급 특급호텔은 20층으로 축소했다. 이마저도 12층으로 더 줄여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통일교가 일상의 경영진에 메스를 가하기로 했다. 통일교 계열의 ㈜용평리조트와 경영 부문을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문선명 총재의 4남인 문국진(39)씨가 재단과 기업 경영을 물려 받은 뒤 벌어진 일이다.
하버드 대학 경영학과와 마이애미대학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수료한 문씨는 2005년부터 통일그룹 재단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이때부터 방만하게 운영되던 자회사를 도려내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미국 유학 시절, 한 총기 제작사 최고경영자(CEO)직을 맡아 수백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의 결정에 따라 디오션리조트의 운영은 사실상 용평측에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조트에 대한 관리·운영면에서 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용평이 경영을 주도하는 것이다. 문선명 총재의 조카사위인 황선조 일상 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에 밝은 한 소식통은 "최근 일상의 건설 쪽 직원 40명도 구조조정했다"며 "일상의 회장은 공석으로 남기고 강원도에 있는 용평에서 원격으로 디오션리조트를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상해양산업은 "아직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조만간 용평 쪽 직원들이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