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프랑스 7연패에 빛나는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이 은퇴 후 4년 만에 이번 대회에 복귀해 그의 8연패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YTN 7월 22일 보도
암스트롱이 후반으로 접어든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 2009'에서 4위를 유지하고 있다. 투르 드 프랑스는 '죽음의 구간'으로 불리는 알프스 준령을 포함, 21구간 3500여㎞에서 펼쳐진다. 하루 150㎞ 안팎의 코스를 주파해야 한다.
만일 이 사이클의 황제가 경륜(競輪)에 출전해 우리 '특선급(特選級)'선수와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경륜은 길이 333.333m의 벨로드롬을 6바퀴 돌아 순위를 매기는 게임으로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가 관건이다. 특선급 선수란 경륜의 최상위 등급으로, 우리나라에 103명이 있다.
김정훈 박사(체육과학연구원) 정태윤 감독(남자 사이클 대표팀) 송복송 교수(경륜훈련원) 등 3명의 전문가들은 "경륜 선수가 당연히 이긴다"고 했다. 암스트롱이 사이클 스타인건 분명하지만 경륜형으로 몸을 만들지 않고 나섰다가는 백전백패(百戰百敗)가 뻔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경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산소성 파워(anaerobic power)'다. 경륜 선수가 200·500m를 전력 주파하는 시간이 각각 10초와 30초 정도인데, 무산소성 파워란 이 시간 동안 산소 소모 없이 몸에 있는 에너지를 최대로 뽑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페달을 쉼 없이 밟아 측정하는데 경륜 선수는 체중 1㎏당 11~12와트(Watt)까지 나온다.
김 박사는 "암스트롱의 무산소성 파워는 경륜 선수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체중 1㎏당 5.6와트"라고 했다. 그는 "암스트롱의 최대 산소섭취량(VO₂ max·체중 1㎏당 1분 동안 사용하는 산소의 양)이 '마린보이' 박태환의 70mL를 가볍게 넘기고 마라토너 수준인 80mL를 넘나든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장거리 사이클에서의 얘기"라고 했다.
체형 면에서도 암스트롱이 불리하다. 암스트롱은 키 1m77에 몸무게가 75㎏다. 사이클 도로경기 선수 중 큰 키에 긴 다리, 갸름한 몸통을 가진 선수가 많은 것은 이런 체형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기 저항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륜에서는 골격이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야 유리하다. 사이클 도로경기 선수들의 평균 체중이 60~80㎏인데 경륜 선수들은 75~85㎏ 정도이고 많게는 90㎏를 넘는 경우도 있다. 송 교수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지구력이 떨어지는 반면 순간적인 파워가 급격히 커진다"고 했다.
사이클에서 경륜으로 '전향'했다 다시 사이클로 돌아온 조호성의 신체 변화는 좋은 사례가 된다. 사이클 시절 키 1m74에 75㎏를 넘지 않던 조호성은 경륜 무대를 휩쓸 무렵 84㎏에 육박했다. 근육량을 늘려 '과체중'이 된 경우다. 정 감독은 "사이클로 다시 돌아간 조호성은 4개월여 만에 10㎏을 감량했다"며 "근육의 성질을 바꾸는 살인적인 고통을 감내했다"고 했다.
장기 레이스 동안 꾸준히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사이클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근육이 날렵해 보인다. 가늘고 산소 투과율이 좋은 적근(赤筋)·지근(遲筋)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의 허벅지도 일반인의 그것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반면 경륜의 힘은 허벅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근육의 힘은 무산소성 파워를 내는 데 탁월한 백근(白筋)·속근(速筋)의 직경에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이다. 작년 경륜 선수들의 허벅지 둘레를 재 보니 평균 64㎝(25.2인치)로 나왔다. 일반 성인의 평균치보다 10㎝ 이상 두껍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이희석의 허벅지 둘레는 웬만한 여성의 허리 둘레와 맞먹는 75.5㎝(29.7인치)에 달했다.
사이클 선수는 하루에 짧게는 60~70㎞, 많게는 150㎞ 정도 훈련을 한다. 20㎞의 평지를 전력으로 달리는 평지 독주력, 인내심을 바탕으로 가파른 언덕을 밀어붙이는 산악 등판력에 중점을 둔다. 경륜 선수들은 10여㎞를 달리다 200~500m를 자신의 최대 속력으로 질주하는 인터벌(interval) 훈련에 주력한다. '추입'이나 '제치기' 같은 실전 기술 습득도 필수다. 암스트롱이 순간적인 두뇌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웨이트 트레이닝 방법도 사이클은 가볍게 여러 차례 반복하는 반면 경륜은 무게를 한껏 올려 몇 차례 하고 휴식을 취한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선수들이 하루 섭취하는 열량은 5000~6000칼로리다. 장거리 선수들은 밥이나 국수 같은 탄수화물 위주, 경륜 선수들은 육류 위주의 고단백 식단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