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에 걸쳐 '…스탄'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나라들이 자주 신문에 등장하는데, 이들의 이름엔 어떤 의미가 있나?

― 경기도 파주시 독자 이승준씨

A : '하얀 거위', '진정한 유목민'… 이름마다 역사·문화적 유래

이태훈 국제부 기자

'스탄(stan)'이라는 말은 '땅(land)'이나 '영토(state)'를 뜻하는 고대 인도·유럽어족 언어에서 기원했습니다. 카자흐, 우즈베크, 키르기스, 투르크멘, 타지크, 아프간 등의 민족명에 '스탄'이 더해지면 나라 이름이 됩니다. 한국외대 중앙아시아어과 손영훈 교수는 "이들 민족의 이름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역사·문화적 유래를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카자흐'는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ak) 거위(Kazak)'가 여자로 변신해 용사와 결혼, 민족의 조상이 됐다는 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랑하다'는 뜻의 투르크어 동사 '카즈'에서 유래해 '자유로운 방랑자'의 뜻을 갖는다는 설도 있죠. '우즈베크'는 몽골제국 4개 한국(汗國) 중 하나인 킵차크한국을 다스린 우즈베크 칸의 이름에서 유래했거나, '핵심(oz) 부족장(bek)' 즉, '진정한 유목민족'을 일컫는 말로 여겨집니다.

또 키르기스는 '40(Kyryk)'과 '가문(kyz)'이 결합돼, 나라를 이룬 40개 씨족집단을 지칭한 말이 민족 명칭으로 굳어진 경우입니다. 몽골 인종에 가장 가까운 인종적 특징을 나타내는 민족이기도 합니다. 고대로부터 페르시아계 국가가 주로 지배했던 서부 지역에 자리 잡은 투르크멘은 '가장 투르크인 다운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알려졌습니다. '타지크'는 8세기 이후 이 지역으로 이주한 아랍이나 페르시아계 무슬림 정착민을 일컫는 명칭에서 굳어졌고, '아프간'은 페르시아계 정착민 부족을 일컫는 말로 시작해 현지 주류 민족인 파슈툰을 가리키는 이명(異名)이 됐습니다.

파키스탄(Pakistan)은 좀 예외입니다. 펀자브(Punjab), 아프가니아(Afghania·북서변경주), 카시미르(Kashmir), 신드(Sind) 등 현재의 파키스탄을 구성하는 주요 지역의 앞글자를 떼내 만든 조어(造語)입니다. 20세기 초 이곳에 이슬람교에 기반한 나라를 세우려 한 파키스탄 독립운동가들의 뜻이 반영된 이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