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영화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1000만 영화'의 출현은 2003년 '실미도'를 필두로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2006년 '왕의 남자' '괴물' 이후 5번째다. 한국영화계로서는 3년 만에 맞는 경사. 하지만 '해운대'의 1000만 돌파는 전작들과 달리 의미가 각별하다는 분석이 많다. |
▶제3세대 1000만 영화
관객이 1000만이 넘는다는 것은 영화계만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 이슈라고들 한다. 사회적 시대적 상황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과거 1000만 영화들은 그런 해석이 가능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했고, '왕의 남자'와 '괴물'은 동성애 코드, 한국형 괴물 블록버스터 등이 사회적으로 일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흥행몰이를 했다.
하지만 '해운대'에는 잊혀진 역사도, 세상을 들썩이는 신드롬도 없다. 엄청난 쓰나미가 등장하지만 스토리 전개를 도와주는 장치에 불과하다.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3쌍의 남녀가 보여주는 가슴 찡한 휴먼스토리, 여기에 감초들의 코믹 연기가 기승전결에 무난하게 잘 녹아들었을 뿐이다.
평론가 송효정씨는 "'해운대'는 기존 천만 영화와 달리 스타캐스팅이나 민족주의, 신드롬 등에 기대지 않았다"며 "히트작은 이래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잘 만들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CJ엔터테인먼트 이상무 홍보부장도 "영화적 재미로만 승부했다는 측면에서 제3세대 1000만 영화라 할 만하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반대의견도 있다. 평론가 박유희씨는 "과거 1000만 영화들과 달리 사회적 의미가 비어있어 아쉽다. 또 이렇게 큰 기획영화가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가면 '작은' 영화들의 입지가 좁아들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충무로 부흥의 기폭제
'해운대'는 최근 2년간 한국영화가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터진 '대박'이다. 한국영화는 지난 2006년 극장 점유율 63.8%로 상한가를 친 뒤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 '7급 공무원' '거북이 달린다' '워낭소리' 등이 선전한 가운데 1000만 영화가 등장했다. 더구나 '국가대표' 역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1000만 영화들은 '거품'으로 요약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스타들의 몸값 상승, 무분별한 투자 등으로 충무로에 명암이 교차한 게 사실이다. 영화산업의 측면에서 큰 시행착오를 겪었다.
총 제작비 160억원이 투입된 '해운대'는 이런 천국과 지옥을 겪은 뒤 탄생한 킬러 컨텐츠다. 어떤 장르라고 꼭 집어 말하기 힘들지만 할리우드적 요소, 한국적 재미가 윤제균 감독의 개성 속에서 잘 버무려졌다. 평론가 이용관교수(중앙대)는 "'해운대'는 한국영화가 침체에 빠진 시점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향후 재투자를 촉진하고, 새로운 투자형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