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시 후추(虎丘)구 인민법원에선 중국의 저작권 침해 사건에 대한 '기념비적' 판결이 나왔다. 중국 네티즌들에게 인기가 높은 '토마토 가든'(중국명 番茄花園)의 사장과 총감독, 이사 등 법정에 선 임원 4명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이들은 2006년 12월부터 작년 8월까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우XP SP2와 SP3 등 8종류의 프로그램을 수십만 대의 컴퓨터에 깔아주고 292만위안(약 5억3300만원)의 불법 소득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법원은 "미국 회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혐의가 명백하고 죄가 엄중하다"면서 불법 소득 292만위안에 대해 몰수를 선고한 뒤, 그 3배인 877만위안(약 16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뿐만 아니라 사장 쑨셴충(孫顯忠)과 이사인 홍레이(洪磊)에게는 징역 3년 6월, 다른 2명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미국의 MS사와 소프트웨어 업계에선 "중국이 불법 복제에 실질적인 액션을 취한 '이정표적' 사건"이라고 환영했다. 중국 관영 CCTV도 "중국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관행에 대규모의 타격을 안긴 최초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CCTV에 따르면 '토마토 가든'은 MS의 윈도우XP 프로그램을 헐값에 다운로드하게 해줘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했다. 법원에는 수십만 건의 불법 복제를 해준 혐의로 기소됐지만, MS측은 "실제로는 수천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세계무역기구(WTO)는 "외국산 영화 서적 음반 영상물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국의 수입규제는 국제 자유무역 규정 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특정 공기업을 통해 외국의 영화와 음반 등의 수입 규제를 하는 사이, 중국의 민간 기업들은 영화나 음반을 불법 복제해 헐값에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WTO 판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많은 가게와 길거리, 온라인 매장에서는 수많은 영화와 음악 소프트웨어 복제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사실 중국은 불법 복제품의 천국이다. 이쑤시개 하나씩만 팔아도 13억 개를 팔 수 있다는 중국이니, 웬만한 불법 상품들은 수천만~수억 개씩 돌아다닌다. 이 때문인지 지난 2005년 7월 중국 정부가 '불법 복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단속으로 줄어들었다지만 불법 소프트웨어만 해도 2004년 이전의 90%에서 최근에 80%로 10% 정도만 낮아졌을 뿐 여전히 불법 복제는 판을 치고 있다고, 미국의 한 소프트웨어 단체(BSA)가 지적했다.
진품과 유사한 이름을 쓰면서 핵심 기능이 부족한 '산자이(山寨) 제품'은 어떤가. 예를 들면 삼성 애니콜(Anycall)은 'Anycoll' 혹은 'Anyacll'로, 핀란드 노키아(Nokia)는 'Nckia'로, 미국 애플의 아이폰(iPhone)은 'HiPhone', 'TiPhone'으로 슬쩍 바꾼다. 이런 산자이 휴대폰이 작년 한해 중국에서만 2억 개 이상 팔렸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그렇다 보니 '가짜(귤)가 잘 팔리니 진짜(사과)가 기절하더라(橘子紅了 ��果暈了)'라는 유행어까지 나돈다.
휴대폰이나 소프트웨어뿐이랴. 조그만 가방이나 신발은 물론 계란이나 가전제품, 자동차까지 가짜를 만들어 파는 곳이 중국이다. 하지만 이번 쑤저우 법원의 판결처럼 불법을 엄벌하는 판결이 다섯 번, 열 번, 그 이상 이어진다면 불법 복제의 천국, 짝퉁의 나라라는 중국의 오명(汚名)도 언젠가는 벗어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입력 2009.08.2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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