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북 포항에서 발견돼 현존 최고(最古)의 신라 비석으로 추정됐던 '포항 중성리신라비(中城里新羅碑)'는 재산 분쟁과 관련된 소송의 판결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1일 조사 보고서 〈포항 중성리신라비〉를 발간하고, 3일 오전 10시 경주 보문단지 내 드림센터 대회의실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비문 판독 결과, "과거에 모단벌(牟旦伐·사람 이름)의 것(재물)을 다른 사람이 빼앗았는데 그 진상을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려 주고, 향후 이에 대한 재론(再論)을 못하도록 한다" "이런 판결 과정을 반포해 현지인과 후세에 경계로 삼는다"는 내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문에는 신라 6부(部) 중 가장 강력했던 '喙部(훼부)'와 '沙喙部(사훼부)'가 등장하며, '居伐(거벌)' '古利村(고리촌)' 등 현재의 포항 부근으로 추정되는 지명이 들어 있었다. '阿干支(아간지·6등급)' '沙干支(사간지·8등급)' 등의 관등명과 '道使(도사)' '使人(사인)' 같은 관직명도 확인됐다.
중성리비는 부정형(不定形) 자연석 화강암(최대 높이 104㎝, 최대 폭 49㎝, 두께 12~13㎝, 무게 115㎏)에 한 면에만 글자를 음각했다. 글자는 전체 12행(行)이며 행별로 최대 20자까지 새겨져 있어 모두 203자가 확인됐다. 비석 하단부의 약 20㎝ 공간에는 글자를 새기지 않았다.
중성리 비문의 제작 시기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문 첫 대목에 보이는 '辛巳(신사)'라는 간지가 중요한 단서다. 연구소측은 "비의 형식이나 서체, 비문에 등장하는 6부의 명칭이나 관직명 등으로 볼 때 신라 지증왕 2년(501년)으로 추정되지만, 비석의 한문 구사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신라의 옛 국호인 '斯盧(사로)'를 사용했다는 추정에서 이보다 60년 빠른 441년으로 보는 연구자도 있다"고 밝혔다.
501년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최고(最古) 신라비로 알려진 영일 냉수리비(503년 추정)보다 2년 앞선 것이라 이 비가 '신라 최고비'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중성리비는 지난 1989년 '영일 냉수리비'가 발견된 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8.7㎞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보고서 전문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www.gcp.go.kr)에서 볼 수 있다. 3일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비문에 대한 금석학적 검토(선석렬 부산대 교수), 어문학적 고찰(권인한 성균관대 교수), 내용과 제작시기(이우태 서울시립대 교수) 등 연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포항 중성리비는 2일부터 9일까지(7일은 휴관)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1층에서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