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스탠더드 호텔'이 핍쇼(peep show·훔쳐보기)장으로 변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6월 초 철길이 놓인 부지를 공원으로 만든 하이라인파크(the High Line Park) 산책로 바로 옆에 이 호텔이 위치해 있다고 전했다.
조선닷컴 8월 26일 보도
요즘 뉴욕시민들은 고층빌딩 사이를 붕붕 떠서 걸어 다니는 재미에 빠져 있다. 올여름 허드슨강변에 개장한 고가철도공원 '하이 라인(High Line)' 덕이다. 꼭 영화 속 미래도시 풍경 같다.
지난 6월 문을 연 이 공원은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변 고층빌딩 사이에 지상 9m 높이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강이 시원하게 보이고 하늘도 가깝게 닿아 있다. 버크는 "맨해튼 도시 위를 걷는다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했다.
이 공원은 원래 1930년대에 지어진 화물열차 전용 고가철도다. 1980년대부터 열차가 다니지 않아 철거할 위기에 놓이자, 주민 두 사람이 주축이 된 고가철도 살리기 캠페인이 1999년부터 시작됐다.
점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져 '하이 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라는 비영리단체가 됐다. 이들은 무려 4400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했고, 뉴욕시는 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였다.
공원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이 단체가 조성한 기금의 세 배 가까운 1억5200만달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에 폭 9~18m밖에 안 되는 공원에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센트럴파크도 지어진 지 10년 만에 주변 부동산 가치가 40배로 뛰었다"며 앞으로 창출할 가치가 더 크다고 시사했다.
이 철도공원은 현지 언론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서울의 청계천처럼 여기에도 시민들이 북적댄다. 이 공원에서 고가 위를 가로지르는 호텔의 객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1847년 이 철로는 원래 지상에 지어졌다. 이 철로가 놓인 10번가가 '죽음의 거리'로 불릴 정도로 교통사고가 많이 나자 1930년대에 뉴욕시는 당시 1억5000만달러, 지금 돈으로는 20억달러 가치의 돈을 들여 이 철로를 지상 9m 높이로 올리는 고가를 만들었다.
1950년대부터 점점 화물열차는 쓰이지 않게 됐고 1980년대부터 이 철도는 버려졌다. 20세기 초반 산업에서는 꼭 필요했기에 큰돈을 들인 것이었는데 반세기 만에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철거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뉴욕시는 기왕에 있는 고가를 없애는 공사를 하는 대신, 고가만이 가진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 20세기 뉴욕 개발의 역사도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이 고가가 있는 첼시(Chelsea) 지역은 허드슨강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지는 전망 좋은 곳이면서, 피카소와 앤디 워홀의 그림을 언제나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상업 화랑 밀집 지역이다. 장 누벨, 아나벨 젤도르프, 렌조 피아노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지은 유명한 빌딩들이 허드슨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공원의 디자인을 맡은 건축설계회사 '제임스코너필드 오페레이션'과 '딜러 스코피도 앤 렌프로'는 이 고가철도의 원래 모습을 최대한 살렸다. 열차가 다니지 않았던 20년간 철로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피어난 100여종의 야생화와 풀을 그대로 살리고 벤치는 열차 바퀴와 기찻길의 목재 모양으로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