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 한국의 거실과 방바닥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장판에서 나무바닥으로 바뀌었다. 새로 지은 집이나 리모델링한 집에선 장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방바닥에서 무서운 기세로 확산됐던 나무 열풍이 이젠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차가운 콘크리트벽에 벽지 대신 나무로 덧대는 집이 늘고 있다. 조립식 나무바닥과 비슷한 소재의 나무 벽 장식재를 벽 전체에 붙이기도 하고, 나무 패널을 벽 일부에 써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나무를 덧씌운 벽은 세계적인 인테리어 흐름이다. 이달 초 파리에서 열린 홈 인테리어 박람회 '메종 오브제'에서도 나뭇가지를 코르크 마개 크기로 잘라 끼워놓은 벽 장식, 물결 모양의 조립식 벽 장식재가 나와 화제가 됐다. 목재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반적인 서양집에서 페인트칠을 하지 않고 목재를 그대로 노출하거나 나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장식으로 벽을 꾸미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서 양산되고 있는 나무 벽 장식재는 주로 고밀도섬유판(HDF·나무를 섬유질 상태로 분해한 다음 압착한 판) 형태. 동화자연마루와 한솔홈데코 등에서 판매한다. 일부 수입 자재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서 원목 벽장재도 판매하지만 고가여서 아직 보편적이지는 않다.
나무로 된 HDF 벽장재의 가격은 경제적인 편이다. 아트월에 주로 쓰이는 소재인 대리석은 3.3㎡(1평)당 시공비가 60만~70만원, 타일은 20만~30만원 정도인 반면 HDF 벽장재는 9만~15만원 정도다. 두께가 얇고 시공이 편리한 것도 장점. 조립식 바닥처럼 홈이 팬 구조여서 시공할 때 접착제 없이 끼우면 된다. 이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가 거의 없어 선호되는 편이다. 동화자연마루 마케팅팀 이제호 차장은 "나무 벽 장식재의 두께는 약 1㎝로 대리석(평균 2.5㎝)이나 시공할 때 접착제를 많이 써야 하는 타일에 비해 얇다"고 말했다.
나무벽의 유행은 바닥과 벽체의 통일감이 주는 착시효과에서 비롯된다. '나무바닥+벽지를 바른 벽'보다 '나무바닥+나무벽'의 조합을 쓰면 바닥과 벽이 한 덩어리로 보이기 때문에 같은 공간도 넓어 보인다. 에코(친환경)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면서 대리석, 타일, 시트지 등 차가운 소재보다 따뜻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주는 나무 소재가 주목받는 것도 이유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주원(이몽기가 대표)씨는 "몇 년 전만 해도 TV가 걸린 벽면에 이미지월을 하고 컬러 벽지로 장식해서 과장되게 강조했지만, 요즘에는 이런 요소가 사라지고 소비자들이 나무처럼 시각적으로 편안한 저자극 소재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