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1월, 팔순을 맞은 대왕대비 조씨의 생일을 축하하는 궁중 연회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연회 주무대는 창경궁 안의 만경전(萬慶殿)이었다.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는 고종 즉위 당시 대왕대비로서 수렴청정을 했던 왕실의 어른이었다. 고종 정해년 진찬의궤에는 연회 날짜를 정하는 데서부터 행사 책임자와 연회 순서, 참가자들의 위치를 그린 반차도(班次圖), 잔칫상에 올린 음식과 비용까지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효지 한양대 교수와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보유자 한복려·정길자씨는 진찬의궤에 나타난 조선 후기 음식들을 재현한다.
잔치는 음력 정월 27일, 28일, 29일 사흘간 아침 저녁으로 6차례 열렸다. 그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27일 오전 7~9시에 만경전에서 열린 대왕대비전 내진찬이었다. 조대비에게 올린 잔칫상에는 47그릇에 47가지 음식이 올랐다. 각종 색깔의 시루떡과 약반, 다식, 강정, 한과에 밀감, 유자, 석류, 배, 곶감, 용안, 여지, 밤, 대추, 호두 등 각종 과일을 올렸다. 닭, 쇠고기, 소내장, 해물 등을 같이 넣어 끓인 금중탕, 꿩을 통째로 구워낸 전치적(全雉炙), 전복에 간장과 꿀을 넣고 달여 졸인 전복초 등 요즘 보기 드문 음식들이 많아 그림만 봐도 재미있다.
입력 2009.09.26. 03:30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