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타 뮐러(Herta Mujller)는 1953년 8월 루마니아의 니츠키도르프(Nitzkydorf)에서 태어났다. 뮐러는 독일계 소수민족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며 성장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 소속의 무장친위대(Waffen-SS)에서 일했다. 전쟁 후 많은 독일계 루마니아인들이 소련으로 추방당했는데, 뮐러의 어머니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5년간의 강제노역을 경험했다. 뮐러가 지난 8월 발표한 장편 《방황(Atemschaukel)》은 우크라이나 강제 노동수용소에 보내진 17세 소년을 통해 2차 대전 당시 독일계 루마니아인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삶을 서사화했다.

뮐러는 1973년부터 1976년까지 루마니아 서부의 티미쇼아라 대학에서 독일 문학과 루마니아 문학을 공부했다. 이 기간에 그녀는 독일어를 말하는 젊은 작가 그룹인 악치온스그루페 바나트(Aktionsgruppe Banat)라는 문인 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 이 그룹은 차우셰스쿠 독재에 반대하며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반체제 성향이었다. 학업을 마친 뒤 1977년부터 1979년까지 한 공장에서 번역자로 근무했는데 루마니아 비밀경찰의 정보원이 되어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가 해직당했다.

억압과 추방·독재에 저항하는 뮐러의 문학은 1982년 첫 단편집 《저지대(Niederungen)》를 발표하며 시작됐다. 이 작품이 검열에 걸려 삭제당하자 2년 후 무삭제 독일어 판을 독일에서 출간했다. 같은 해 루마니아에서 《강압적인 탱고(Dr�jckender Tango)》를 발표했다. 두 작품을 통해 그녀는 독일어 마을의 일상과 그 속에 내재한 부패와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을 묘사했다. 이들 작품은 국가 통제 아래에 있던 루마니아 언론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고, 뮐러는 조국의 독재 정치를 공공연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이후 루마니아에서의 모든 서적 출판을 금지당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외부세계에 그녀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됐고, 특히 독일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차우셰스쿠 정권의 출판 금지 조치로 사실상 무직자 상태로 전락하게 되자 뮐러는 1987년 남편이자 동료 작가인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와 함께 독일로 이주했다. 뮐러는 이후 다수의 문학상을 거머쥐며 성공적으로 독일 사회에 정착했다. 특히 《초록 자두의 땅》으로 독일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클라이스트상을 받았다.

독일 독자들에게 그녀는 루마니아에 사는 독일계 소수민족의 실체를 알린 작가이자, 독일이 잊힌 존재로 살고 있던 동구권의 독일계 소수민족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소설들은 독재 국가의 정체된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으며, 1995년부터 다름슈타트 소재 언어와 시 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의 워릭, 독일의 함부르크·카셀·괴팅겐·튀빙겐, 스위스의 취리히, 미국의 플로리다 등을 돌며 초청연사로도 명성을 날렸다. 수상 소식을 들은 뮐러는 "깜짝 놀랐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