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924년 10월 13일자에 실린 연재만화‘멍텅구리 헛물켜기’첫회. 이 만화는 1926년 희극 영화로 만들어질만큼 인기를 모았다.

인문학자들이 학문 연구 대상으로서의 '유머'에 주목했다. 문화사학회(회장 김기봉 경기대 교수)가 펴내는 학술지 《역사와 문화》 최신호(18호)에 실은 특집 〈웃음의 문화사〉는 유머에 비친 사회상을 짚어내는 독특한 시도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식민지 조선인의 웃음: 《삼천리》 소재 소화와 신불출 만담의 경우〉란 논문에서 "코미디를 분석하는 것은 당대의 문학과 언어의 상황에 대해 살피는 의의를 지닌다"고 말한다. 《대한매일신보》 《소년》 등 구한말 신문·잡지부터 《삼천리》 《별건곤》 등 1920~1930년대 인쇄매체에는 재담·유머·소화(笑話)가 실렸다.

1932년 《삼천리》 2월호에 실린 〈스-피드시대〉는 당대의 급진적 자유연애 분위기를 보여준다. 여학생 혜숙이가 애인 정식의 마음을 떠보려고 친구 옥희에게 대신 장충단공원에 산책 가서 키스해 달라고 졸라 보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혜숙이 옥희에게 물었다.

혜숙: 너 정식씨더러 킷스하자고 그랫늬?

옥희: 틀녓서. 도모지 그럴 틈이 잇어야지.

혜숙: 엇재서? 너는 퍽도 용기가 업는 얘구나.

옥희: 그럼 엇저겟니. 내가 말하기 전에 그이가 벌서 킷스하여 주는 것을…

천 교수는 자유연애에서도 '남성 중심'은 여전히 관철됐으나, 여성 또한 동등한 주체가 될 가능성이 열렸다고 분석한다. 그는 《삼천리》에 실린 연애·결혼·가족 유머를 주목했는데, 잡지가 정치를 직접 다루지 못했던 이유로 식민지 상황의 제약을 들었다.

박원용 부경대 교수의 〈정치유머를 통해 본 스탈린 시대의 사회상〉은 좀 더 정치적이고 노골적이다. 박 교수는 "스탈린 시대에 회자되던 정치유머는 경제 실패, 권력층의 특권, 테러 등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한다.

'두 러시아인이 스탈린과 미국 대통령 후버 중 누가 더 위대한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후버는 미국인들이 술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라고 한 사람이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스탈린은 러시아인들에게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였습니다"라고 다른 사람이 응수했다.'

민중의 정상적 일상생활을 보장하지 못한 스탈린에 대한 조롱을 담은 유머다.

'한 노동자가 5분 일찍 공장에 도착했다. 그는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또 다른 노동자는 5분 늦게 도착했다. 그는 사회주의 건설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세 번째 노동자는 정시에 도착했다. 그는 반(反)소비에트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스위스제 시계를 차고 있었다.'

이는 스탈린이 '인민의 적'을 소탕한다는 명목 아래 적(敵)의 범주를 멋대로 결정한 권력자의 자의적 기준을 비웃고 있다.

박 교수는 "소통이 차단된 권위주의 체제에서 정치 유머는 아래로부터의 소통 가능성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제공함으로써 민중의 정서를 배출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