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동물의 낙원 갈라파고스제도(諸島)에서 인간은 침입자일 뿐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 섬에 관광객 유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민만 살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최근 시행했다.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 보호를 위해서다.

이 법에 따라 갈라파고스제도에서는 이곳이 고향인 사람과 그 배우자, 1998년 이전 이주자와 노동허가증 보유자를 제외한 모두가 불법 이민자로 간주돼 추방됐다. 지난해에 쫓겨난 사람만 1000여명이다.

남미(南美) 동태평양의 갈라파고스는 에콰도르에서 1000㎞ 떨어져 있다. 5만㎢ 면적에 13개 큰 섬과 142개의 작은 섬이 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의 고향이기도 한 이 섬 전체의 97%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 섬은 몸무게 200㎏ 이상되는 자이언트거북, 바다사자, 가시배선인장을 먹는 육지 이구아나 같은 희귀 동·식물 천국이기도 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섬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 이 섬에 사람은 언제부터 살기 시작한 것일까? 에콰도르에 따르면 갈라파고스에는 5세기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 정착자들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는데 식수가 부족하고 땅이 비옥하지 않아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섬의 존재가 알려지고 난 뒤에도, 그리고 최근까지도 이주가 자유로웠다. 1950년대까지 인구는 고작 2000여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생태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섬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에만 17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이는 최근 20년 동안 방문한 관광객의 4배다. 그 틈을 타 내국인 이주도 늘어 현재 인구는 3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20%가 불법 이주민이다. 매년 인구 증가율이 4%에 이른다.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큰 섬 이사벨라는 제주도의 2.5배로 6개의 화산으로 이뤄졌다. 이곳에 최근 200여 채의 새 주택이 들어섰다. 초기 개척지 산타크루즈 섬은 디스코클럽, 카페, 일식집, 타이어 가게로 가득찼다.

생동감 넘치는 생태공원 갈라파고스제도 해변에서 관광객들이 이구아나와 바다사자들을 아무 경계 없이 구경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가 일어 땅값이 5년 전보다 10배 이상이나 올랐다. 이주자들은 대부분 수도 키토 출신들이다. 본토보다 임금이 70%나 높은데다 자녀교육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본토에서의 최대 골치인 범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생태계는 망가졌다. 여기에 육지에서 쥐, 고양이, 불개미, 모기, 염소가 화물에 섞여 유입됐다. 갈라파고스 국제보존협회는 "이로 인해 500종의 식물 중 180종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는 2007년 이 섬을 "인구 과밀과 관광산업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위기지역으로 분류했다. 현 추세라면 2021년 관광객수는 4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에콰도르는 이런 지적을 지금까지 모른 척했다. 갈라파고스 관광으로 연간 벌어들이는 외화가 전체 외화 수입의 25%나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압력과 자국 내 환경보호론자들의 압력이 강화되자 결국 지난해 불법 거주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에콰도르 정부가 방문자 비자 발급, 자국민 방문횟수 제한, 불법 이민자 단속 검문소를 설치했지만 원주민과의 위장 결혼 같은 편법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자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까지 나섰다. 그는 최근 '갈라파고스 신(新)관광 모델'을 제시하며 생태 보호를 위한 보호 연구 명목으로 섬 방문객 1인당 500달러의 입장료를 받자고 제안했다. 현재 방문자들은 10달러를 내고 있다.

원주민들은 "이웃 주민들이 동물처럼 추방당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동물보다 못한 인간 꼴이 됐다"며 "당국이 관광산업을 위해 자신들을 추방하고 대신 관광업 종사자들을 남겨두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