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서울 한강공원 광나루 인근.
물고기 생태 조사를 위해 쳐놓은 삼각망에 낯선 물고기 한 마리가 걸렸다. 붕어와 비슷하지만, 몸통이 마름모꼴로 각이 졌고, 지느러미 아래는 빨간빛이 감돌았다.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열대어 '실버바브'였다. 한강에 돌연 나타났다기보다는 누군가가 관상어로 키우다 버렸는데 '독자생존'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에 쳐놓은 삼각망에 9월 9일과 16일엔 은어가 걸렸다. 섬진강 등 맑은 물에서 주로 사는 물고기다. 서울을 흐르는 한강에는 이 밖에도 가숭어, 두우쟁이, 쏘가리, 웅어, 참게 등 다양한 수중 동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지난 9월 2일부터 23일까지 '2009년 3분기 한강 어종조사'를 벌인 결과 물고기 33종을 포함해 총 38종의 수중 동물이 채집됐다. 이번 조사는 광나루·반포·여의도·난지 등 4개 지역 8개 지점에서만 이뤄져, 실제로는 더 많은 종류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진행된 조사에서는 33종이 발견됐다.
실버바브와 은어를 포함해 이스라엘잉어·참중고기·큰납지리·납자루·눈불개·배스는 올해 들어 처음 발견됐고, 지난해 모습을 보였던 돌고기·피라미·줄새우는 올해 조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살에서 수박맛이 나는 고급 어종'으로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은어는 그동안 한강에서 드물게나마 발견돼왔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은어는 바다와 강을 오가며 일생을 보내는 물고기라서, 서해안을 타고 한강에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실버바브 1종만 잡혔지만, 한강에서는 구피나 에인절피시 같은 중저가 열대어들도 곧잘 발견되고 있다. 어항에 관상용으로 키우다가 싫증난 사람들이 '놔준다'는 명분으로 마구 버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열대어는 여름 동안 생존하다가도 한강의 겨울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 생태계를 교란시킬 위험성은 비교적 적다.
이번 조사에서 마릿수가 가장 많았던 우점종(일정한 범위 안의 생물군집 가운데 가장 숫자가 많은 종)은 총 406마리가 잡힌 토종 민물고기 '누치'였다. 이어 참게(380마리), 강준치(116마리), 대농갱이(106마리), 점농어(81마리) 순이었다. 한강사업본부 함점섭 환경과장은 "맑은 물에 사는 누치와 참게가 고인 물,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사는 붕어와 잉어를 제치고 한강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질이 좋아졌다는 증거"라며 "붕어·잉어와 달리, 누치는 횟감이나 매운탕 재료로 인기가 없어 태평성대를 누린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한강사업본부는 이번 어종 생태 조사 과정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물고기들을 꽁꽁 얼린 뒤 겨울철새 먹이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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