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 93명이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국회부의장을 상대로 신문법과 방송법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고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29일 두 법 가결 선포는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신문법 통과는 대리 투표 등 의결 절차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보았으나 이 사안이 기본적으로 헌법기관인 국회 내 문제이고 절차상 하자도 법 가결 자체를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헌재는 방송법 통과에 대해서도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하는 등 문제가 있지만 같은 논리로 법 가결 자체는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헌재가 두 법의 표결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했으나 민주당이 국회에서 정상적인 법안 심의절차를 따랐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질 까닭이 없었다. 민주당은 이 두 법안이 상정된 지 1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심의조차 못하게 막다가 최종적으로 표결처리키로 여·야 합의까지 하고서도 끝내 물리력을 동원해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을 막고 투표를 방해했다. 다수의 국회 독주도 견제돼야 하지만 소수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그 난장판 때문에 법안 처리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
신문·방송법 처리 당시 일부 여·야 의원들이 서로 남의 자리에서 투표하는 일이 벌어지자 국회사무처는 한때 본회의장 의석에 있는 전자투표기에 비밀번호를 부여하거나 지문인식 장치를 만드는 조치까지도 검토했다. 금융거래에서 비밀번호를 두는 것은 범죄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 국회와 의원들의 수준이 여기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이 TV 채널이 많이 생기는 것을 반대한 이유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금의 방송구도가 바뀔까 걱정한 것이고, 방송시장의 80%를 점령하고 있는 3개 지상파 TV가 다른 경쟁 방송의 등장을 싫어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와 같은 지금의 독과점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미디어산업은 어제의 기술이 오늘 낡은 것이 될 정도로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문·방송·통신·인터넷을 구별한다는 것은 미디어산업에선 원시시대 사고방식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만 30년 전 5공 신군부가 만든 지상파 독과점 체제가 그대로다. 언제까지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통과된 신문·방송법도 민주당과 기득권 TV들의 반발로 지상파 독과점은 그대로 유지시켜 주고 있다. 지상파 TV를 위해선 1인 지배의 길까지 터줬다. 앞으로 새로 종합편성 케이블 채널이나 보도 채널이 생겨도 정치세력의 정치적 공격과 방송 기득권의 독점 횡포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신문·방송법 개정 확정으로 '개방'과 '경쟁'이 너무나 당연한 글로벌시대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구(舊)시대적 진입 장벽 하나는 약간이나마 허물어졌다. 그러나 방송 독과점 구도의 해체와 여론 다양성 실현, 미디어산업 발전이라는 숙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입력 2009.10.29. 22:39업데이트 2009.10.2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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