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 기자 - "모두가 공감할 수 없는, 그래서 더 매력적인" 대박지수 70%
'펜트하우스 코끼리'(이하 코끼리)는 '장자연 유작', 파격적인 정사신 등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러한 화제성 덕분에 '코끼리'에 대한 남성 관객들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파격'을 강조하는 마케팅 때문에 '대체 얼마나 수위가 높은지'에 대한 반발 심리와 호기심이 팽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코끼리'는 섹스신 수위 면에서는 실망감을 안겼다. 파격적인 영상미와 거침없는 대사가 일부 기대를 충족시키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CG의 등장과 납득가지 않는 상황 설정 때문에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결말 때문에 혼란스러운 관객이 한둘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실망과 혼돈 속에서도 영화는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만한 요소가 있다.
'코끼리' 모두가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영화는 단연코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모든 관객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고 만든 작품이 아님을 정승구 감독 또한 명확히 밝혔다. 우리 역시 모든 상황을 납득하고 이해하면서 이 세상을 사는 것도 아니지 않나? 적어도 '코끼리' 속엔 우리가 원하고, 듣고, 말하고 싶어하는 마음 속 깊은 욕구와 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이른바 상위 1% 부유층인 장혁-조동혁-이상우를 통해 관객은 상상 속에서나 한번쯤 꿈꿔봤을 일들을 대신 경험한다. 동시에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욕구와 드러내기 힘든 치부를 시원하게 긁어주기에 짜릿함도 선사한다. 마약, 불륜, 파격적 정사 등 충격적인 소재들은 끝없이 채워도 모자람을 느끼는 인생에서의 갈증을 대변하는 듯하다.
영화 제목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모두가 꿈꾸는 세속적 이상향 '펜트하우스'. 하지만 이는 주인공 현우(장혁)의 추억에나 남아있는 '동물원 속 코끼리'처럼 돌아갈 수 없는 순수에서 방황하는 요즘 우리들의 모습을 냉정히 반영하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가질 수 없는 이상향 사이에 낀 현실에 물음을 던지는 '코끼리'는 무라카미 류 풍의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굿 초이스'가 될 것이다.
< zhenhao@sportschosun.com>
이인경 기자 - "섹스신? 장자연 정사신에 오싹함만..." 쪽박지수 80%
'색, 계'와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어떤 점에서 닮은꼴 영화다. 파격적인 정사신과 노출에 홍보 초점이 맞춰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튀어나와 당황스럽다. 화끈한 섹스신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완전히 낚였다"는 실망감에 치를 떨 수도 있다. 대신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미술 세계나 프랑스 영화 '형사에게는 디저트가 없다'라는 4차원 블랙 코미디를 사랑하는 마니아라면,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평을 내릴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떤 경우라도 간이 커야 영화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점이다. '오비이락'이지만, 어째 됐던 이 작품은 장자연의 유작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특히나 장자연의 연기가 대부분이 섹스신인 데다, 마지막에 욕조에서 피범벅이 된 채 눈을 뜨고 자살하는 장면은 고인의 삶을 연상시켜 충격적이다. 공교롭게 장자연이 맡은 혜미역 또한, 사연 많은 연예인 지망생이다. 텐프로 출신의 여배우 혜미는 성형외과 의사이자 자신을 수술시켜준 유부남 민석(조동혁)을 사랑한다. 하지만 오디션장에서 텐프로 출신이라는 게 들통나고, 스폰서 민석에게마저 버림받으면서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된다. 여기에 혜미를 짝사랑해 온 매니저가 민석에게 복수를 다짐하면서 결말은 예상치못한 파국으로 치닫는다.
장자연은 아쉽게도 혜미를 열연했지만, 관객은 그의 열연보다 혼령을 마주하는 느낌 때문에 오싹함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장자연의 자살 장면이 나올 때, 여기저기서 낮은 비명이 들려왔다.
만약 장자연의 죽음만 아니었다면, 나사처럼 맞물려 비극으로 치닫는 세 친구 민석, 현우(장혁), 진혁(이상우)의 스토리가 더욱 흥미진진하고 기발하게 와닿았을 것이다. 현실과 과거 속을 오가며 방황하는 현우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몽환적인 CG 장면도 비주얼 적으로 감각적이고 예술적으로 승화됐다.
다만 장혁이 전작 '오감도'와 현재 상영작인 '토끼와 리저드'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연기 변신 면에서도 식상함을 줬고, 장혁의 상대역이자 정신병자로 나오는 황우슬혜는 혀짧은 발음과 캐릭터에 끌려다니는 듯한 어색한 연기로 세 배우의 열연에 발목을 잡은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