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는 체력 소모가 많은 동계스포츠다. 경기 중 선수 교체가 자유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들은 쉴새없이 벤치와 빙판을 넘나든다. 팀당 2명의 골리를 포함해 20명은 돼야 효과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가항력은 늘 존재한다. 경희대가 그랬다. 신종 플루 환자와 부상이 겹쳐 11명이 번갈아가며 새하얀 얼음판에 섰다. 분명 무리였다. 상대팀 사령탑인 김희우 하이원 감독도 난감해 했다. 그는 경기 전 "상대 팀의 사정은 들었으나 경기는 경기다. 경기 매너는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경희대의 패기는 빛났다. 스틱의 향연이 빙판을 수놓은지 15분30초가 지나서야 첫 골을 허용했다. 1피리어드 내내 몸을 던진 그들의 투혼은 젊음의 진한 향수였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빙상 축제인 제64회 전국종합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스포츠조선-조선일보-대한아이스하키협회 공동주최)가 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첫 판에선 프로의 관록과 대학의 패기가 충돌했다. 무려 18골이 쏟아졌다. 이변은 없었다. 프로의 쌍두마차 안양 한라와 하이원이 각각 A조와 B조에서 한양대와 경희대를 10대1, 7대0으로 대파하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A조 개막전에선 일찌감치 희비가 엇갈렸다. 안양 한라는 경기 시작 54초 만에 골게터 박우상이 골문을 열었다. 이후 1피리어드에만 3골이 더 나왔다. 그리고 2, 3피리어드에서 각각 3골을 더 보탰다. 한양대는 이동민의 골을 앞세워 영패를 모면한데 만족해야 했다.
B조 첫 경기에서도 프로의 벽은 역시 높았다. 하이원은 1피리어드 종반까지 골리 용현호를 앞세운 경희대의 신들린 방어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용준이 첫 골을 터트린 후 2, 3피리어드에서 소나기 골(6골)을 퍼부으며 첫 승을 낚았다.
이번 대회는 안양 한라-고려대-한양대가 A조, 하이원-연세대-경희대가 B조에 편성돼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 조 1, 2위가 4강 토너먼트를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회 둘째날인 6일에는 고려대와 한양대, 연세대와 경희대가 각각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