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부터 1970년까지 호주 고아원에 수용됐던 어린이들을 정부가 잘 돌보지 못하고 고초를 겪게 한 데 대해 깊이 사과합니다." 케빈 러드(Rudd) 호주 총리는 16일 호주 의회의사당에 모인 영국 고아원 출신 강제 이민자 1000여명 앞에서 호주 정부의 대표로서 공식 사과를 했다. 러드 총리가 사과 연설을 하는 동안, 이제는 주름살이 진 고아원 출신 이민자들은 어린 시절 강제 이주로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2차 대전 이후 영국 고아원에 수용됐던 어린이 15만명을 호주와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연방 국가의 고아원들로 강제 이주시키는 정책을 폈다. 전쟁고아들로 인해 어린이 수용 시설이 부족해지고 양육 비용이 급증하자, 비용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영연방 국가의 고아원으로 어린이들을 떠넘긴 것이다. 어린이들에게는 해외여행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부모가 살아 있는 어린이들까지 강제로 배에 태웠다.

호주에는 1947년부터 1967년까지 백인 어린이만 골라 7000여명이 보내졌다. 이들에게는 '우수한 백인종'을 식민지에 퍼뜨린다는 명분이 더해졌다. 당시 영국 복지기관들은 '영국에서보다 호주에서 더 나은 삶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막연한 논리를 앞세워 경쟁적으로 고아 송출을 했다.

이 어린이들은 호주에 도착한 뒤 주로 퀸즐랜드 주와 서(西)호주 주의 고아원들에 분산 수용됐다. 그러나 일부 종교 단체들이 운영한 고아원은 이 어린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아이들은 감금된 채 강제 노동에 시달렸고, 심한 폭행과 성적 학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부모와 형제·자매의 기록조차 삭제돼 장성한 뒤에도 가족을 찾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런 사실은 1986년 영국의 사회 사업가인 마거릿 험프리스(Humphreys)의 노력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험프리스는 이후 어린이 강제 이민자들의 가족 상봉을 돕는 한편 영국과 호주 정부의 사과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결국 16일 러드 총리의 사과에 이어, 고든 브라운(Brown) 영국 총리도 조만간 공식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