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하이브리드 기하학(Hybrid Geometry)》전(展)은 미술의 영역에서 기하학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기하학은 땅(geo)을 측정하기 위해 생겨났지만, 점차 순수한 수학적 질서의 세계로 확장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황인씨는 "기하학이 땅을 떠나 학문으로 성립되었듯이, 기하학적 구조를 띠는 미니멀 아트도 물성(物性)과 같은 불순물을 떼어 버림으로써 조형의 순도를 높여갔다"며 "이런 점에서 미니멀 아트에 있어서 기하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미니멀 아트가 미술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순수한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하학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순도(純度)를 높이기 위해 '노이즈(noise)'라고 불리는 불순물을 버리는 과정을 미니멀 미술이라고 했을 때, 이번 전시는 그동안 배제됐던 노이즈를 부각시키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기하학에서 육면체의 경우, 면이나 직선보다 모서리 부분에서 노이즈가 발생할 확률이 크다고 본다. 기존 질서에서 벗어난 지점이기 때문이다.

김덕수의〈체크메이트〉.

전시 제목에 '하이브리드'를 붙인 것은 노이즈를 되살리는 작품을 추구해보자는 것이다. 노이즈를 오히려 반복하고 극대화시킬 경우 새로운 질서가 생겨날 수 있는 또 다른 창조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새롭게 생성되는 유기적인 기하학도 가능하다고 본다. 전시장에 나온 홍승혜의 〈볼륨 업〉 같은 작품이 그것이다.

일본 도쿄대 공대 교수를 지냈던 스기하라 고기치의 작품은 컴퓨터 연산을 통해 그려낸 새와 구두, 드레스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덕수 역시 연산을 통해 축구공과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수식으로 그린 그림으로, 연산 과정에 노이즈를 이용했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노이즈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주고 있으며, 건축·조각·미디어에서 작가들이 노이즈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엿보게 한다. 전시는 19일까지 열린다. (02)733-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