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거리. 이곳의 몇몇 화장품과 의류점에는 배용준의 마네킹이 비치돼 있다. 이를 본 일본 관광객 중 일부는 마네킹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무척 즐거워한다. 이들 업소는 배용준 마네킹 덕분에 매출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한류스타인 배용준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대목. 물론 배용준과 정식 광고계약을 하고 이뤄지는 상행위다. 그런데 배용준의 초상권을 무단 사용해 상행위를 하는 곳도 있고, 배용준은 최근 S여행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소송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스타들의 초상권은 어느 선까지 보호받고 어떻게 침해당하고 있는 지 등을 점검해봤다.

< 편집자주>

"욘사마는 왜 만날 수 없었나요?"

배용준의 소속사인 키이스트 직원들은 올해들어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지의 한류 팬들로부터 이같은 항의전화를 종종 받았다.

배용준을 만날 수 있다고 홍보한 관광상품을 구입, 한국에 왔으나 만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관광상품들이 소속사와는 관련이 없느냐고 추궁당한 것이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키이스트 측은 "우리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는 일부 관광회사들이 배용준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게재하고 배용준과의 만남을 암시하는 듯한 관광상품을 판매한 결과였다.

배용준이 마침내 이같은 일부 여행사의 초상권 침해 행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내용증명 등을 보내며 몇차례 경고사인을 보냈으나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법에 호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배용준은 이달초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를 통해 S여행사에 초상권 및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배용준 측은 소장에서 "S여행사가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무단 게재해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이를 구매한 관광객들이 집과 단골 미용실, 헬스클럽, 식당, 소속사 사무실 등을 찾아와 사생활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배용준 측은 S여행사에 위자료 1억원과 함께 인터넷에서의 초상권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때마다 5000만원씩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S여행사는 '배용준이 참가하는 행사에 가는 관광상품'으로 선전했다고 키이스트 측은 밝혔다.

키이스트의 신효정 홍보팀장은 "오랫동안 인터넷 등에서 배용준씨의 초상권 침해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팬들을 생각해 참고 참았으나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오히려 팬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부득이 S여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용준의 초상권 도용을 통한 불법 관광상품을 이용해 한국을 찾은 팬들이 허탕을 치고 허탈해하기 일쑤라는 것. 신 팀장은 "한류 팬들은 이런 관광상품이 배용준씨와 소속사가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배용준의 초상권을 상업적으로 불법 이용해 모집된 관광상품들이 배용준의 스케줄을 쫓는 형식으로 진행돼 사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다고 했다.

신 팀장은 "여행사에서 모집한 한류 관광객들이 배용준씨가 집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의 차량을 바짝 뒤쫓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날 뻔한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고 말했다.

키이스트 측은 향후 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S여행사 건처럼 배용준씨의 초상권을 불법으로 이용한 국내외 여행사들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초상권(肖像權)이란 자기 자신의 초상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말한다. 다시말해 자기의 초상이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고 영리목적에도 이용되지 않는 권리다. 헌법상 인정되는 인격권의 하나로서 별도의 법률적 규정은 없고 학설 및 판례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82년 서울 민사지방법원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 사진을 낸 책을 판매금지한다는 최초의 초상권 침해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선 초상권의 보호를 위한 법률을 갖추고 있다. 통상적으로 초상권은 자신의 초상이 함부로 촬영ㆍ공표되지 않는 인격적인 권리(인격권)와 초상에 대한 가치를 경제적으로 활용ㆍ보호할 권리인 경제적인 권리(재산권)로 나누어 진다. 인격권이 침해당하면 이를 중지하고 명예회복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함과 아울러 위자료 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 재산권을 침해당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신문이나 TV, 잡지, 서적 등은 보도나 해설용으로 유명인의 초상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유명인은 이른바 공인으로 대중 앞에 자기 초상을 보일 입장에 서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권리가 감소된다. 그런데 유명인이라 해도 자기의 비밀스런 곳을 공표하고 싶지않을 때 이를 침해당하면 사생활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 송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