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경찰서는 지난 20일 발생한 여수 돌산읍 향일암(向日庵)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과수가 21일 사고 현지에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날 오후 화재로 전소된 대웅전(51㎡)과 종무실(27㎡), 종각(16.5㎡) 등 3개 동을 정밀 감식했다. 조사는 화재 당시 대웅전에서 큰 불길이 먼저 치솟았다는 사찰측 증언에 따라 대웅전의 최초 발화지점과 정확한 화인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경찰은 "건물이 완전히 불에 타버린 데다 건물 내부와 사찰 주변에 감시카메라(CCTV)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화인을 밝히는 데는 1~2주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방화, 실화, 자연발화, 전기누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한 기독교 신자가 '우상 숭배는 안 된다'며 향일암 대웅전 불상을 훼손하며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 점에 주목해 특종 종교인의 범행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여수시는 새해 해맞이 행사인 '제14회 향일암 일출제' 개최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시는 연초에만 6만~8만명의 해맞이 인파가 향일암을 찾는 만큼 되도록 일출제는 치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종각이 전소돼 제야의 종 타종식을 진행할 수 없는 데다 행사 장소를 향일암에서 산 입구 쪽으로 옮겨야 하고, 화재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