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해성여중 3학년1반. 학급 담임 김미경(42) 교사가 "방학 잘 지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인사했다. 여느 때 같으면 교실이 떠나가도록 환호했을 학생 27명의 얼굴이 어두웠다. 이날이 사실상 이 학교의 마지막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3일 개학하지만 다음날 졸업식을 치르면 학교는 공식적으로 폐교(廢校)된다. 1958년 개교한 이래 2만6000여명이 졸업한 학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서울에서 중학교가 폐교되는 것은 2000년 신길동 장훈중 이후 처음이다.
폐교 결정은 2006년에 이뤄졌다. 인문계 여고가 없는 전농동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 학교를 여고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2007년 입학한 52회 학생 225명이 해성여중의 마지막 졸업생이 됐다. 작년에 해성여고가 새로 문을 열어 2회 입학생을 받았다. 해성여중의 시설은 해성여고의 실습실 등으로 활용된다. 13명의 중학교 교사들은 고교로 자리를 옮긴다.
"이젠 '불타는 고구마'를 입는 것도 마지막이네."
'불타는 고구마'는 자주색을 빗대 만든 교복의 별명이다. 내년 2월 개학 때는 자유복 차림으로 나오고, 졸업식 때는 가운을 입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빗자루와 물걸레를 들고 마지막 대청소를 시작했다. 칠판 위에 걸린 '정직·근면·검소'라는 교훈, '서로 사랑하자'는 급훈 액자도 깨끗이 닦았다.
논술상을 받은 김지윤(15)양은 "상장 밑의 학교 이름을 보고 가슴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31년 동안 해성여중을 지킨 함인숙(57) 교감은 "사제지간의 정이 돈독해 대학생이나 아이 엄마가 된 제자들이 고민을 상담하러 은사를 찾아오는 일이 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