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BL(한국농구연맹)에 서울의 용산·경복·휘문, 인천의 송도고 등 전통의 명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구판에 두각을 나타내는 신흥 명문고도 적지 않다. 원년인 1997시즌 프로선수를 배출한 고교는 총 24개였으나, 올 시즌엔 총 33개교로 늘었다. KBL 4대 명문고 출신선수의 비율도 1997시즌 30.6%(전체 등록선수 98명 중 30명)에서 09~10시즌 24%(125명 중 30명)로 줄었다.
■영남세의 전진
역대 KBL 등록선수 숫자 5위(24명), 올 시즌 2위(8명)를 기록한 부산 동아고는 1980년대부터 전국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주희정(SK) 조우현(KCC) 김주성(동부) 박지현(동부) 김태술(상무) 변현수(SK) 등 각 팀의 주전급들이 모두 동아고 출신이다. 동아고는 올 KBL 연봉 랭킹 20위 내에 김주성(1위·6억9000만원)·주희정(3위·6억원)·박지현(14위·2억8000만원) 등 세명을 포진시켜 질적인 면에서는 최고다.
동아고와 함께 '부산 양강(兩强)'으로 꼽히는 중앙고는 이번 시즌 등록선수가 7명으로 전체 3위다. 프로 초창기에 가드로 활약한 오성식(현 LG코치)과 추승균·강병현(이상 KCC)이 중앙고 출신이다.
농구대잔치와 프로 초창기 스타인 최병식 정재근 강을준(현 LG 감독) 김영만 등 유명 선수를 키운 마산고는 올해 송영진(KT) 김동욱(삼성) 황진원(KT&G) 등 6명이 활약 중이다.
■수도권 신흥 세력
2000년대 중반부터 고교무대 강호로 등장한 수원 삼일상고는 지난 08~09시즌 10명이 프로농구 코트를 누벼, 용산고와 함께 최다 등록선수(10명) 공동 1위를 했다. 올 시즌에는 양희종(KT&G) 이중원(KCC) 등이 상무에 입대하면서 등록선수가 6명으로 줄었다. 강혁(삼성) 김성철(KT&G) 하승진(KCC) 등이 삼일상고 동문이다.
김동우(모비스) 차재영(삼성)이 나온 명지고도 서울의 강호로 위치를 굳혔다. 낙생고(올 시즌 5명), 안양고·단대부고(각 3명) 등은 프로 원년에 단 한명의 선수도 등록시키지 못했으나 서서히 프로의 산실로 자리 잡고 있다.
■부활 꿈꾸는 전통의 명문들
KBL 출범을 주도한 김영기 전 KBL 총재와 김무현 전 LG 세이커스 기술고문의 모교인 배재고는 한동안 침체기에 머물러 있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중흥을 노리고 있다. 임재현(KCC)이 대표적인 배재고 출신 스타이며, 같은 학교 이지운이 2008년 LG에 입단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 임근배 모비스 코치, 문경은 SK 플레잉코치 등이 활약했던 광신정보산업고(구 광신상고) 출신으로는 프로 3년차 박상오(부산 KT)가 눈에 띈다. 3점 슈터로 이름을 날리는 이규섭의 출신고인 대경정보산업고(구 대경 상고)는 1956년 팀 창단 후 꾸준히 스타급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김강선(오리온스)과 천대현(모비스)이 이 학교 출신이다. 조성원(은퇴) 이상민(삼성)이 나온 홍대부고는 2007년 종별선수권대회 정상에 등극하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조상현(LG)과 조동현(KT) 쌍둥이 형제와 황성인(전자랜드)이 졸업한 대전고, 양희승(은퇴) 전정규(상무) 등 특급 슈터를 배출한 광주고, 손규완(은퇴·동부 코치) 조성민(KT)이 나온 전주고 등 지방의 전통적인 농구팀들도 도약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