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99년 벌어진 '직원 581명 해직 인사파동'과 관련해서 공문서 위조 혐의 등이 드러난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당시 인사파동의 내막이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해직자 21명이 낸 행정소송에선 2003년 9월 법원이 이미 '불법 면직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형사적 책임문제에 대해선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근 10년간, 국정원은 해직간부들 모임인 국가사랑모임('국사모')의 거듭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검찰도 국사모 회원들이 대량 해직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 수뇌부였던 이종찬 전 안기부장과 이강래 전 기조실장(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고소한 사건을 2004년 공소시효가 거의 임박해서 기각했다.
그러던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진상조사를 거쳐 형사 고발을 하고, 검찰도 수사에 나섰다. 국정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2008년 12월부터 대대적인 감찰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해직된 직원들이 나중에 국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민사소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서를 위조한 혐의 등이 있는 직원 2명만을 고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수사를 통해 대량 해직 파동의 내막이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고발 사건만을 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발 배경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실무적 결정인 만큼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검찰은 "고발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만 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측은 "당시 다른 부서들도 10%씩 인원감축을 했다. 불법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사모 회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송영인 국사모 회장은 "실무 직원 2명이 무슨 죄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형사처벌받을 사람은 따로 있고 더 중요한 것은 당시 대공(對共)·국내담당 요원 '학살'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결과 공개라면.
"6개월 이상 감찰조사를 통해 국정원은 A4용지로 1만5000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 살던 해직자까지 조사받았고, 나 자신은 3일간 조사받았다. 당시 인사에 관여한 사람 대부분도 조사받았을 것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차원에서라도 국정원은 조사결과를 숨기지 말고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인사책임자인 당시 국정원 수뇌부를 고발대상에서 빼고 실무 직원을 기소한 것은 누가 봐도 박장대소할 얘기다."
―1998년 당시 인사가 어땠기에.
"국정원 지휘부가 살생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내 경우엔 한나라당 고위당직자와 친하다는 이유로 잘렸다. 나중에 인사에 간여했던 퇴직직원에게 공갈반 협박반으로 '진실을 밝히라'고 했더니, '우리도 하고 싶어 한 게 아니라 위에서 지시해서 했다'고 써줘서 법원 재판부에 갖다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