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학교수들은 대부분 진보적인(liberal) 성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를 놓고, 이들 교수의 상대적으로 높은 IQ를 들먹이거나, 또는 노골적인 편견이 섞인 설명을 들이대는 등 다양한 이론이 제시됐다.

그러나 '왜 교수들은 대체로 진보적일까'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즉,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왜 진보적인 성향이 많은 젊은이들이 나중에 직업으로 교수를 택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닐 그로스(Gross)와 이던 포시(Fosse)라는 두 사회학자들이 찾은 해답은 '배역 정하기(typecasting)'였다고, NYT는 보도했다. 특히 미 동부의 밀집한 대학들에서, 두꺼운 모직 재킷에 파이프 담배를 물고, 약간 괴짜이며, 장황하고, (신앙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세속적이며,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교수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인문·사회과학 분야 교수들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미 사회과학·인문학 교수들의 이미지는 좀 낡은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런 교수들의 이미지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어린 학생들에겐 자신들의 나아갈 길을 정하는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를 한 두 사회학자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은 직업마다 다르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전체의 6%만이 남성인 간호사의 경우, 성비(性比)가 이처럼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이 간호사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호사는 '성(性)'에 따라 이미지가 형성된 경우다. 그로스는 교수를 비롯한 몇몇 직업은 '정치적 성향'에 의해 그런 이미지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언론인·예술가·패션업계 종사자·사회사업가 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대부분 진보적이다.

이는 변호사·농부·치과 의사·약사·방위산업체 종사자 등이 대부분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직업에 대한 상이(相異)한 선입견은 직업을 찾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그로스는 "교수나 학자라는 직업은 진보적이고 세속적이라는 선입견이 강해서 35년간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거나, 종교적인 성향이 강한 학생들은 교수가 되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며, "반대로 진보적이거나 세속적인 성향의 학생들은 교수나 학자가 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교수들에게는 이런 '배역 정하기'뿐 아니라, 다른 특질도 있다. 학력이 높고, 자유주의적 신학을 신봉하며, 논쟁적인 사상을 관용하며, 자신이 받은 교육 수준과 소득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이 진보 성향의 교수들을 '편견'과 '학생들에 대한 세뇌'로 몰아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그로스는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주의자들이 학교의 진보·자유주의를 비판하면 할수록, 학교는 더욱더 자유주의의 요새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