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7시30분 칠레 남부 푸에르토 몬트(Puerto montt)항. 칠레의 서해(西海)인 태평양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작은 승합차만한 '후세파B'호(號)가 항구로 들어왔다. 이날은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금어기(禁漁期)가 끝나고 처음으로 홍어잡이가 허락된 날이다.

선원 미겔 마르티네스(Martines· 28)씨는 "10년 전에는 한 번 나가면 800㎏은 잡았는데 요즘엔 400㎏도 힘들다"며 "상황이 안 좋다"고 고개를 저었다. 수량뿐 아니라 크기도 줄었다. 이곳에서 만난 천강호(45·홍어수입업)씨는 "5년 전만 해도 5㎏ 이상 홍어가 60%가 넘었지만, 요즘엔 그 이하가 60%"라고 했다. 이날도 3~4㎏짜리 100여 마리를 잡는데 그쳤다.

최근 막걸리 열풍을 타고 한국에서 홍어를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정작 수입산 홍어의 대명사인 '칠레 홍어'의 수입은 크게 줄고 있다.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 3227t에 달하던 칠레산 홍어 수입은 지난해 1877t으로 크게 줄었다. 빈자리는 아르헨티나산(작년 3143t)과 미국산(1543t)이 채웠다. 그 많던 칠레 홍어는 도대체 어디 갔을까.

지난 19일 칠레 남부 푸에르토 몬트항에서 어부들이 인근 바다에서 잡은 홍어를 부 두로 옮기고 있다. 이곳 홍어도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유는 남획 때문이다. 홍어는 수명이 5~6년 정도이고 한 번에 알을 4~5개밖에 낳지 않는다. 때문에 개체수가 줄기 시작하면 쉽게 늘릴 수 없다.

칠레에서 홍어는 잡히면 버리던 생선이었다. 심지어 어부들조차 홍어와 가오리를 구분하지 않는다. 초창기 홍어 수입상인 박장예(56)씨는 "15년 전 처음 수입할 때만 해도 '뿔난 가오리'를 잡아달라고 항구를 돌며 어부들에게 직접 가르쳤었다"고 말했다. 가오리는 머리 부분이 둥글한데 비해, 홍어는 뾰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사람을 소비자로 만나면서 최고급 어종인 '대게'(centolla)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잡힌 홍어는 거의 100% 한국으로 수출됐다. 갑작스럽게 '횡재'를 한 것이다. 이름도 모르는 생선이다 보니 금어기도 없었고, 돈이 되니 무조건 잡아들였다.

뒤늦게 칠레 정부가 나섰다. 천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금어기가 생겼고, 심지어 푸에르토 몬트 북쪽 해안(약 2500㎞)에서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아예 홍어를 못 잡게 했다"고 말했다. 홍어를 잡을 수 있는 곳에서도 보통 11월에서 이듬해 3월 정도까지밖에 조업할 수 없다.

그래도 한국인의 칠레산 홍어 사랑은 여전하다. 수입상들은 수입홍어 중에서는 칠레산이 여전히 아르헨티나산과 우루과이산 등을 제치고 가장 비싸다고 했다. 천씨는 "한국에 가서 칠레산 홍어라고 먹어보니 육질(肉質)이 이곳과 달랐다"며 "다른 나라에서 잡은 홍어도 한국에선 무조건 칠레산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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