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 맛있는교육 전문가 리포터

옹기는 우리 전통 그릇이다. 일명 숨쉬는 그릇, 땀을 내는 그릇이라고도 한다.

이는 옹기를 만드는 흙을 약 1200도로 구우면 완전히 도자기화가 되지 않아서 수분은 통하지 않지만 공기는 안팎으로 어느 정도 통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특성이 장을 담글 때에 음식이 썩지 않고 천천히 적당하게 발효되도록 해준다. 만약 숨을 쉬지 않는 자기에 장을 담그거나 김치를 담그면 얼마 안 가서 썩어 버리고 만다.

발효식품의 용기로 알맞게 구워진 옹기 조각의 단면을 전자 현미경을 사용하여 1500배 이상으로 확대해 살펴본 바에 의하면 미세한 구멍이 많다고 한다. 유약의 표면에도 흙 속의 모래성분에 의해 유약이 함몰되거나 밖으로 튀어나온 사이로 생겨난 작은 구멍이 많다. 공기와 물은 입자 크기가 다르다. 옹기의 작은 구멍들은 입자가 아주 작아 물은 통과하지 못하고 물보다 입자가 작은 공기만 통과하게 된다.

그래서 옹기가 숨을 쉰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옹기와 유리그릇에 꽃을 꽂아 보면 옹기의 꽃이 훨씬 싱싱하게 오래감과 동시에 꽃봉오리까지도 피게 됨을 알 수 있다. 반면, 유리그릇의 꽃은 일찍 시들고 꽃봉오리는 그대로 마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시 금붕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도 옹기에서 키운 금붕어가 오래 사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이는 모두 숨을 쉬는 옹기그릇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내부의 나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유익한 공기를 받아들이는 역할 때문이다.

김치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맛을 내는 것은 젖산이다. 젖산이 많으면 김치가 쉽게 부패되지 않고 잡균의 생육이 억제된다고 한다. 젖산균은 혐기성 식품, 즉 공기를 싫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량의 공기를 싫어할 뿐, 미량의 공기를 좋아하므로 그런 성질을 가진 옹기가 젖산균을 오랫동안 활동하게 함으로써 김치의 저장에 유리하다. 또한 김치가 아삭아삭 씹히는 경도 역시 맛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인데, 옹기는 쉬 무르지 않고 신선하게 유지되게 하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이런 옹기는 지역에 따라 그 모양새를 달리한다. 강원도처럼 추운 북부지방은 전반적으로 입이 크고 배 부분이 부르지 않으며 키가 높다. 중부지방의 옹기는 대체로 밑과 입의 크기가 비슷하다. 이 지역은 일조량과 기온이 높지 않으므로 장을 담글 때 자외선을 충분히 쪼이게 하기 위해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남부지방은 중부지방에 비해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으므로 만약 옹기 입이 추운 지방처럼 넓어지면 수분증발이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입 크기가 작고 대신 어깨를 넓게 함으로써 옹기 표면으로 복사열을 보다 많이 받아들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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