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1970년대부터 글을 연재한 샘터의 김성구 대표. 김 대표는“인세 수입을 어려운 학생 돕는 데 쓰고 정작 자신의 병원비가 없어 고생하신 스님이야말로‘무소유’의 삶을 살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법정 스님이 인세(印稅)를 달라고 재촉하는 전화를 걸어왔을 때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1998년 2월 말 월간 교양지 '샘터' 김성구(50)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샘터는 1970년 창간한 뒤부터 30년 넘게 법정 스님의 글을 연재했고 그 글들을 묶어 단행본을 냈었다. 스님은 다짜고짜 "인세 안 주고 뭐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당시 샘터는 1년에 2000만~3000만원씩 2~3차례에 걸쳐 인세를 지급했는데 지급시기는 출판사 형편에 따라 달랐다.

12일 서울 대학로 샘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그전에 스님은 샘터가 형편이 어려울 때마다 인세를 미뤄서 받거나 아예 안 받기도 했다"며 "그런 스님이 출판사 사정이 조금 나아진 뒤 인세를 재촉했으니 '뭐 이렇게 돈을 밝히는 스님이 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얼른 돈을 마련해 스님에게 보내드렸고, 얼마 뒤 스님을 모시는 보살에게 스님이 인세를 재촉했던 이유를 물었다. 머뭇거리던 보살은 "매년 초에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인세 수입으로 대학생 10여명에게 장학금을 줬기 때문에 등록금 납부기한에 맞춰서 인세를 받아야 했다"고 대답했다. 김 대표는 "그때서야 법정 스님이 매년 2월 말~3월 초만 되면 인세 독촉전화를 걸어온 이유를 깨달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 뒤로는 스님이 채근하기 전에 돈을 부쳤다고 했다.

법정 스님이 '샘터'의 인세로 장학금을 주는 일은 지금까지 적어도 12년 이상 계속돼왔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법정 스님이 통장을 직접 관리해왔기 때문에 누구에게 얼마를 몇 년 동안 줬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라고 했다. 스님을 모시는 보살도 10여명에게 학비를 줬다는 것만 알 뿐 어떤 학생들에게 줬는지는 몰랐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는 주변 스님들로부터 "법정 스님은 한 번 베풀 때 1000만원, 2000만원씩 통 크게 베푸는 스타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남을 먼저 생각했던 법정 스님은 정작 본인 몫은 한 푼도 챙겨놓지 않아 자신이 아플 때는 병원비조차 대기 힘들었다. 김 대표는 "스님 인생은 당신이 쓰신 책 제목처럼 그야말로 '무소유'였다"고 했다.

♣ 바로잡습니다

▲3월 13일자 A4면 "매년 2월 말이면 인세 독촉…처음엔 법정 스님을 오해했어요" 제하 기사와 관련, '샘터가 어려울 때마다 인세를 미뤄 받거나 안 받기도 했다'는 부분을 '평소엔 인세를 별로 재촉하지 않으시다가 그해(98년) 2월 말쯤엔 직접 스님이 전화를 걸어 채근하셨다'로 바로잡습니다. 샘터 김성구 대표는 또 "기사와 제목에서 스님이 매년 인세 독촉을 하신 것처럼 잘못 전달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