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영입된 외국인 투수 가운데 롯데 사도스키가 주목을 끌고 있다.

사도스키는 지난 16일 부산 LG전서 선발 5이닝 동안 4안타를 맞고 3실점(1자책점)하며 시범경기 2승째를 올렸다. 방어율도 1.13으로 8개팀 용병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사도스키를 개막전 선발로 내정했을 정도다.

사도스키의 주무기가 바로 싱커다. 역회전볼, 슈트, 싱킹패스트볼 등으로도 불리는 싱커는 속도가 빠르고 꺾이는 각도가 커 능숙하게 던질 수만 있다면 위력적인 구종으로 손색없다. 올시즌 사도스키를 비롯해 싱커가 주무기인 용병 투수는 KIA 로페즈와 로드리게스, 두산 히메네스, LG 곤잘레스 등이다. 이들이 마운드를 점령할 태세다. 이른바 '싱커볼러' 전성시대다.

▶싱커의 최고봉, 로페즈

올해 싱커를 잘 던지는 용병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로페즈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페즈는 지난해 정규시즌 14승에 한국시리즈서도 2승을 올리며 최고의 용병 투수로 떠올랐다. 로페즈의 싱커는 직구와 비슷한 140㎞대 후반의 스피드에 홈플레이트에서 궤적이 급격히 변한다. 한국시리즈에서 로페즈를 상대한 SK 타자들은 "로페즈의 싱커는 알고도 못친다"며 혀를 내둘렀다.

로페즈의 싱커가 다른 용병들의 그것과 다른 점은 그립이다. 보통 투심패스트볼 형태로 잡고 역회전을 주는 다른 투수들과 달리 로페즈는 포심 형태로 그립을 잡고 던진다. KIA 이강철 코치는 "싱커를 참 희한하게 잡고 던진다. 그 때문인지 로페즈의 싱커는 속도가 가장 큰 무기다"라고 말한다.

▶싱커가 대세

아무래도 사도스키가 '제2의 로페즈'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사도스키의 싱커에 대해 "윤석민보다 빠르고 로페즈보다 각이 크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날 사도스키의 싱커 구속은 평균 140㎞ 초반이었고, 낙차는 커브 못지않게 컸다. 롯데는 정규시즌 즈음에는 사도스키의 싱커 구속이 14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페즈의 파트너 로드리게스도 싱커가 주무기다. 이강철 코치는 로페즈 못지않은 싱커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로드리게스의 시범경기 성적은 이날 현재 2경기에서 7이닝 3안타 무실점에 탈삼진은 6개다. 국내 무대 적응이 남은 과제일 뿐 구위 자체는 합격점을 받았다.

150㎞를 넘는 강속구가 주무기인 두산 용병 히메네스도 싱커를 즐겨 던진다. 시범경기 2경기에 선발등판해 8이닝 동안 9안타를 맞고 8실점했지만, 싱커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LG 용병 곤잘레스 역시 싱커가 주무기다. 16일 부산 롯데전서 3이닝 5안타 3실점을 기록하며 국내 첫 등판을 마쳤는데, 지난주 다친 손가락 부상을 염려해 싱커는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곤잘레스의 싱커 역시 빠르기와 각도에서 수준급이란 평가다.

▶왜 싱커인가

싱커는 땅볼 유도를 하는데 더없이 좋은 구종이다. 직구처럼 날아들다 오른쪽 타자 기준으로 몸쪽으로 휘면서 급격히 떨어지는 특징 때문이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변하는 각도가 크면 클수록 배팅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사도시키도 이날 LG전서 아웃카운트 15개중 8개를 땅볼로 잡았다. 플라이아웃은 3개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싱커볼러인 케빈 브라운의 경우 '플라이아웃(Air Out) 한 개당 땅볼아웃 비율(GO/AO)'이 2.28이나 됐다. 현존 최고의 싱커볼러인 애리조나 브랜든 웹의 GO/AO는 무려 3.22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웹의 싱커를 설명할 때 '테이블에서 굴러떨어지는 볼링공을 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낙차가 급하고, 공이 무겁다는 뜻이다. 역시 싱커를 잘 던지는 대만 출신 왕첸밍의 GO/AO는 2.41이다.

국내 투수 중에는 파워풀한 싱커볼러가 상대적으로 드물다. 빠른 스피드에 꺾이는 각도가 큰 싱커를 장착한 용병들이 마운드의 '주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