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에 당국에서는 왕릉 박물관을 세우고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필자는 이보다 더 급한 일이 용어정비라고 생각한다. 사료에 충실한 정확한 용어와 설명은 우리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고 전달하기 위해 필수이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홈페이지와 자료를 살펴보면 부정확한 것이 적잖아 혼란스럽다.
대표적인 예가 참도(參道)·신도(神道)·어도(御道)다. 안내서에는 홍살문에서 정자각 월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참도, 왼쪽의 약간 높은 길은 신이 다니는 신도, 오른쪽의 낮고 좁은 길은 임금이 다니는 어도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의궤(儀軌)와 왕조실록을 살펴보면 그 근거를 찾을 수 없거나 부정확한 용어다. 신도니 어도니 하는 용어가 쓰일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도(道)와 로(路)의 쓰임에 있다. 두 글자 모두 '길'이라는 뜻이지만 그 쓰임에 차이가 있다. 로(路)가 구체적인 개념이라면 도(道)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어로와 어도 둘 다 '임금이 걸어가는 길'이란 뜻이 되지만 가시적인 시설물을 두고 '어도'라고 쓴 사료는 없다. 신로와 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 물론 세종오례의에 신도가 두세 번 등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길인지 적시하지 않았으며, 이후 문헌에는 신로만 등장한다. 즉 정자각 뒤쪽 신문(神門)에서 능상(陵上)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리키는 것으로 동구릉의 목릉(穆陵)처럼 수십m를 이어놓은 곳도 있다. 의궤에는 향어로(香御路) 또는 향로(香路)로 기록하고 있다. 재실(齋室) 향대청(香大廳)에서 출발한 향과 축문이 정자각으로 가는 신성한 길인 탓이다. 그 옆 낮은 길이 바로 어로다. 의궤에는 산릉을 조영할 때 이 향어로와 어로에 쓰이는 석재(石材)의 크기·수량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문제는 '참도'다. 지금까지 왕릉과 종묘에서 아무 의심 없이 쓰던 이 용어의 출처가 일본 신사(神社)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제강점기 전국 신사와 신궁에는 '신궁을 참배하는 도로'라는 뜻의 참궁도로(參宮道路), 즉 참도(參道)가 있었는데, 이것이 왕릉에 들어와 '참배하는 길'이란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1930년대 신문 기사에는 신사 참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지금도 일본의 신사 안내도에 참도가 명시되어 있다. 왕릉의 홍살문에서 월대까지 이르는 소위 참도라는 길을 의궤에는 정로(正路)라 적고 있다. 조선왕릉의 1차 사료는 각종 의궤다. 여기에 근거를 두지 않은 용어나 설명은 우리 문화유산을 왜곡하고 훼손하는 것이다. 이것이 조선 왕릉의 용어부터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