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착한 기업 '루비콘'의 창업자인 릭 오브리(Aubry)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루비콘의 기업 이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1986년 장애인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직원 12명의 비영리 기관이던 루비콘에 CEO로 부임, 250여명 직원과 4000여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연간 순익 1600만달러(약 178억원)를 올리는 알짜기업을 만들어냈다. 빵을 만들고, 조경(造景)·주택 사업 등을 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그는 작년 말 루비콘 CEO를 떠나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사회적 기업담당 교수로 옮겼다.

지난 4일 기자가 스탠퍼드대 강의실로 찾아갔더니 오브리 교수는 '값싼 펌프를 만드는 착한 기업을 통해 물 부족 등에 시달리는 빈곤 국가에서 가난을 내쫓는 법'을 주제로 수업에 한창이었다. 20여분간 학생과 질의응답을 한 뒤 그는 착한 기업 킥스타트(Kickstart)의 마틴 피셔(Fisher) 대표를 강단에 올렸다. 피셔 대표는 아프리카에서 '펌프 혁명'을 이끌고 있는 산증인이다. 수업 청강 후 오브리 교수와 인터뷰를 나눴다.

―루비콘은 노숙자를 고용, 빵을 만들어 팔면서 유명해졌다. 왜 빵이란 아이템을 내세웠나?

"노숙자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제대로 된 일자리다. 빵 사업은 비교적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베이커리 외에 조경·주택사업 등에도 손을 댔는데, 모두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분야였다."

―최근 주력사업이던 루비콘 베이커리를 매각하고, 서민금융업에 진출했다고 들었는데.

"16년간 이끌던 베이커리 부분을 판 것은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착한 기업도 성장을 해야 존재할 수 있다. 베이커리 사업은 이미 기대한 성과를 충분히 달성했으며, 사업상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봤다. 매각 자금(얼마에 팔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밀'이라고 강조했다) 등을 기반으로 연 400%대의 초고금리로 돈을 빌려쓰는 신용불량자들에게 연 18%의 낮은 금리로 금융혜택을 주는 서민금융업에 진출했다."

―한국에선 이제 막 착한 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성공을 위해 조언한다면?

"착한 기업을 하려면 먼저 고객부터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좋은 일 한다고 무조건 사주지 않는다. 누구나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품질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