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대의 시작
지금부터 약 6000년 전, 아프리카 대륙의 이집트 문명과 현재의 시리아, 이란, 이집트, 이라크 전역에 대제국을 형성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류의 찬란한 역사가 시작됐다. 그 이전에 인류의 조상은 험난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들과 경쟁하며 동굴 속에서 생활했다. 아직은 석기시대의 문화 속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 생활을 시작했던 선사시대 인류는 더 강한 무기와 생활도구를 갖추면서 청동기·철기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청동기·철기 시대부터 역사시대가 시작됐다.
'선사시대(先史時代)'라는 말은 '역사시대(歷史時代)의 이전 시대'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문자의 발명과 기록의 유무로 구분한다. 인류 최초의 문자는 바로 상형문자(象形文字)다.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대상을 묘사한 그림 문자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자, 이집트의 상형문자, 중국의 갑골문자가 상형문자에 속한다.
◆인류 최초의 문자를 발명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미 잘 알려졌듯, 세계에는 고대 4대 문명이 있다. 이라크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의 젖줄인 나일 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 중국 황하강 유역에서 발달한 황하 문명,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인더스강 유역에서 발달한 인더스 문명(현재의 파키스탄과 서북 인도 지역) 등 세계 4대 문명은 모두 강을 끼고 발달했다.
이중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기원전 3500년경에 시작해 기원전 330년경까지 지속됐다. '메소포타미아'는 '강 사이'라는 뜻으로, 현재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근처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지역에서 발생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인류 최초의 문자인 '수메르 문자'를 발명해 문자시대를 연 메소포타미아 인들은 아카디안 왕조(기원전 2350년~기원전 2150년)와 우르 왕조(기원전 2150년~기원전 2000년)를 거쳐, 계획도시와 화려한 왕궁을 건설한 바빌로니아 왕국(기원전 2000년~기원전 900년)과 아시리아 제국(기원전 911년~기원전 612년)을 이어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도시인 '바빌론'을 건설한 신 바빌로니아 왕국(기원전 626년~기원전 539년)과 페르시아 제국(기원전 550년~기원전 330년)은 대제국의 영화를 누렸다.
이 밖에도 메소포타미아 인들은 바퀴 달린 운송수단을 발명하고, 천문을 연구했다. 인류 최초로 서사시를 썼으며 인도주의적인 법전을 편찬하기도 했다. 또한 인류 최초의 도시 건축가로서 계획도시를 건설하고, 화려하고 웅장한 왕궁과 신전을 지었다. 그 유적이 이라크의 니네베와 바빌론, 우르 지역에 지금까지 남아있다.
◆메소포타미아 고대 도시 건축물, '지구라트'
탁월한 도시건축술을 보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유적이 바로 '지구라트(Ziggurat)'다. '지구라트'는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건축물로 신전 또는 제단이라고 할 수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줄어들며 쌓이는 계단형 탑으로, 일곱 개의 단으로 이뤄졌으며 정상에는 제단이 놓여 있다. 지구라트는 왕의 절대적인 권력을 표현하며, 성직자이자 통치자인 왕이 신과 대화하기 위해 올라가는 산으로 간주했다.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지구라트가 발굴됐는데, 기원전 3000년 이전에 지어진 이집트 최고의 피라미드보다 더 오래된 '백색신전'으로 일컬어지는 지구라트가 우르에 남아 있다. 계단식 탑의 형태를 가진 지구라트는 돌이 아닌 진흙으로 만든 벽돌로 건축했다. 지구라트를 높게 만든 이유는 신이 높은 곳에 거주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인류에게 널리 알려진 가장 유명한 지구라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일 것이다. 높이가 82m에 이르는 거대한 탑으로, 하늘에 이르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하는 바벨탑은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신 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왕이 "하늘에 닿는 탑을 쌓아라"고 명령해 건축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바벨탑에 대해 '거대한 벽돌 탑으로 각각 높이 5.5m인 7개의 층으로 이뤄져 층마다 다른 빛나는 색깔이 칠해져 있고 26톤의 금으로 된 가구와 조각이 신전을 채웠다'고 전한다. 바벨탑은 기원전 600년경 파괴돼 지금 몇 개 층만이 남아 있는 우르의 지구라트를 통해 그 모습을 추측할 수 있다.
※더 생각해볼 거리
우리는 우르의 지구라트(Ziggurat)를 통해 '바벨탑'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바벨탑 이야기의 의미가 무엇이며, 바벨탑을 건설함으로써 인간이 얻고자 했던 것과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