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홋카이도에 위치한 유바리(夕張) 시가 파산을 선언했다. 시설 건설 과잉투자로 360억엔의 적자가 발생해서다. 이는 도시 경영의 실패가 나은 재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컨대 홋카이도와 유바리는 비슷한 경로로 일본을 따라가는 한국에게 훌륭한 벤치마킹이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원래 유바리는 탄광도시였다. 석탄 수요가 많았던 전쟁 이후 고도성장기 땐 거주인구가 50만 명에 달할 만큼 번창했다. 하지만 이후 탄광 쇠퇴가 가속화하면서 도시는 침체하기 시작했지만 이 위기는 훌륭하게 극복해냈다. 오지의 시골도시가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축제를 유치해 관광·휴양지로의 변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엔 지역 부활의 성공사례로 꼽히기까지 했다. 한 해 관광객 200만 명 시대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성공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수요예측 없는 거액투자로 360억엔 이상의 빚을 졌기 때문이다. 유원지부터 박물관·호텔·스키장 등 과잉투자를 반복했다. 여기엔 6연속 당선 등 시정에 자신감이 붙은 파산 당시 시장의 전횡과 독단도 한몫했다. 나중엔 분식회계까지 감행하며 돌려막기를 거듭했다. 결국 2006년 유바리 시 당국은 막대한 차입금과 채권 발행으로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파산선언을 했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어떻게든 해줄 줄 알았던 중앙정부가 두 손을 들면서 2007년 시는 재정 재건 단체로 전락했다.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사표를 썼고, 살아남은 자들도 반 토막 월급에 업무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적자 벌충을 위해 세금은 늘리고 복지는 줄였다. 버스비는 3~4배나 올랐고, 무료였던 복지혜택도 사라졌다. 시립병원은 야간진료를 포기했고, 공공도서관도 개관시간을 줄였다. 주민들도 떠나기 시작했다. 주인 떠난 집은 유령 건물로 변질됐다. 파산 당시 12만 명이던 인구는 현재 1만 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애초 269명에서 4년에 걸쳐 103명으로 줄이려던 공무원 구조조정도 자발적인 퇴직자가 늘면서 이젠 ‘더 그만두면 큰 일’이라고 할 만큼 인력난이 심각하다. 신입직원이 없으니 공무원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에 달한다. 작년 7월엔 리조트의 관문이던 JR역사(驛舍)가 레스토랑으로 바뀌는 수모를 겪었다. 이 역은 1991년 지역 부활 차원에서 유치한 리조트호텔 바로 앞에 세워졌는데, 재정 파탄 이후 화장실마저 폐쇄될 정도로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시 당국은 재정 재건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기쁜 소식도 날아들었다. 작년 관광 유치를 위한 홍보 강화 차원에서 개발한 캐릭터가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해서다. ‘돈은 없지만 사랑은 있다(Love but Money)’는 식의 역경 극복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현재의 처지를 적극 알림과 동시에 위기 타개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덕분이다. 시 당국자는 “더 이상 대규모 투자는 할 수도, 하지도 않겠다”며 “기존시설의 적극적인 활용과 자연친화적인 관광 유치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바리 영화제도 올해 재개됐다. 2007년 이후 중단됐던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지역민의 기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