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에서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하던 30대 남성이 벼락을 맞아 3도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살아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경제 6월 8일
리처드 버틀러(30)는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 근처 산에 올라 여자 친구 배서니 로트(25)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던 참이었다. 버틀러는 주머니에 있던 반지를 만지작대며 언제 로트의 손가락에 끼워줄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들이 산 정상에 올랐을 때 갑자기 벼락이 쳤다. 그것도 세 번이었다. 두 번은 이들을 피해갔지만 마지막 벼락이 이들 머리 위로 떨어졌다.
먼저 눈을 뜬 버틀러의 앞에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다리는 '젤리'처럼 흐물흐물했고 신발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났으며 발바닥은 불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뜨거웠다. 살펴보니 여자 친구는 몇미터 떨어진 곳에 말 없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깨어나지 않았다.
애슈빌 시티즌 타임스는 사고 당일 폭우가 있었고 날씨가 잠잠해지자 이들이 산에 올랐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희박한 확률을 흔히 "벼락에 맞을"이라고 한다. 도대체 벼락은 얼마나 자주 치고 벼락에 맞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벼락은 방전량이 수십에서 수백㎾을 넘나들고 전압은 100~1000㎹나 된다. 순간적으로 2만7000도에 이르는 열을 내기 때문에 벼락을 정통으로 맞으면 살기 힘들고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심한 화상을 입는다.
사람이 벼락에 맞아 부상을 당하거나 죽는 사고는 주로 산에서 일어난다. 2007년 7월엔 경기도 고양시 북한산에서 산을 오르던 등산객 8명이 벼락을 맞아 4명이 죽고 4명이 부상당했다.
기상청은 벼락이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 66만8646건 떨어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벼락 맞아 죽은 사람은 15명이고 부상자는 21명이다. 벼락이 치는 횟수에 비해 벼락을 맞는 확률은 극히 낮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한 해에 200가구 중 한 가구가 벼락을 맞고 28만명 중 한 사람이 벼락 맞아 죽는다. 그렇다면 벼락 맞을 확률은 어떻게 구할까.
기상청 관계자는 "매해 날씨가 달라져 벼락이 치는 횟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벼락이 치더라도 사람들이 운이 좋게 벼락을 맞지 않으면 확률은 더 낮아지게 된다.
자연적인 변수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벼락 맞을 확률을 구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는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벼락을 맞은 사람을 우리나라 총인구와 365의 곱으로 나누면 된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에서 낙뢰 피해자 수를 파악한 2007년의 경우 벼락 맞아 죽은 사람은 8명이었다. 우리 총인구를 4500만명이라고 가정한다면 2007년 한국에서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은 8/16425000000 즉, 20억5312만5000분의 1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는 벼락에 맞아서 '죽는' 경우를 생각한 것이고 그냥 '벼락을 맞는' 경우를 생각하면 확률이 더 높아진다. 또 상대적으로 벼락을 잘 맞는 산에서의 경우를 따져보면 벼락 맞을 확률은 훌쩍 뛴다.
그렇다면 벼락 맞을 확률은 성(性)에 따라서도 달라질까. 미국에서 나온 통계에 따르면 1995년에서 2008년 사이에 미국에서 벼락 맞아 죽은 사람은 총 648명이었고 남자가 82%를 차지했다.
미국 과학 잡지 파퓰러사이언스는 작년 10월 "남자가 여자보다 벼락 맞아 죽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호르몬의 영향도 아니고 남자들이 바보 같아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주로 등산·낚시·골프 등을 하다 벼락을 맞는다.
이때 남자들은 벼락이 치는 날씨에도 무모하게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남자들이 스스로 벼락 맞을 확률을 높인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