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미국 의회도서관 지하 2층 수장고에서 에디슨식 축음기로 녹음된 원통형 음반 6개가 발견됐다. 이 음반에는 오래된 음성기록이 담겨 있었다. 인류학자 앨리스 플레처가 녹음한 이 음성파일의 제작 일자는 1896년 7월 24일. 총 10여분간 녹음된 파일엔 당시 조선인 3명이 부른 노래 11곡이 담겨 있었다. 음반엔 'Jong Sik Ahn, He Chel Ye, Son Rong'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KBS 1TV 'KBS 스페셜'은 이 음성기록을 다룬 '114년 전, 한국인의 목소리'를 18일 밤 8시 방송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음악학과 로버트 프로바인 교수는 미 의회도서관에서 조선인의 음성기록을 처음 발굴한 인물이다. 그는 조선인들이 왜 워싱턴 DC에서 노래를 녹음했는지 의문을 가졌다. 한국 고음반연구회 부회장 정창관씨가 프로바인 교수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며 추적에 합류했다. 정씨는 잡음 덩어리에 가까웠던 음원을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복원했다.
한국학중앙원구원 정치학과 이완범 교수도 추적에 뛰어들었다. 프로바인 교수의 제의를 받은 이 교수는 조선인 3명이 조선 최초의 관비유학생 안정식, 이희철, 송영덕이었음을 밝혀냈다. 1895년 고종이 일본으로 파견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일본 유학 1년 만에 미국으로 도주한 셈이다. 재미사학자 방선주가 미국에서의 이들의 행적을 밝히려고 나섰다. 이들은 왜 낯선 땅 미국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