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동부 폴리아 지방 포자(Foggia)에서 200만유로(약30억9000만원)를 싣고 가던 동전 수송차량이 교통사고가 나면서 말 그대로 도로에 '돈벼락'이 내렸다. 서울신문 7월 7일
목격자들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동전을 주우려 목숨을 내놓은 것 같았다. 차가 오가는 도로를 아무렇게나 가로질러 다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돈벼락을 맞는 게 가능할까?
그런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포자 지방에서 현금을 담았던 것은 종이 박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은 없다. 대신 차량이 부서지거나 불에 타도 돈이 새지 않는 금고를 사용한다. 혼자서는 열 수 없는 이중 삼중의 잠금장치로 보호된 특수금고이다. 혹 운송 차량에 결함이 생기면 가장 가까운 영업지점에서 지원차량이 출동한다. "기록상으로는 현금 수송 차량이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다"는 게 한 보안업체 측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현금 수송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대전 조폐공사에서 찍어 낸 돈이 서울 남대문 한국은행 본점으로 가는 것이 첫 번째다. 이때 청원경찰을 포함한 수 명의 인원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최첨단 방탄차량에 탑승한다. 또한 인공위성을 통한 위치추적 장치도 달려있다.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현행법상 총기 소지가 가능한 청원경찰도 동승한다. 조폐공사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한국은행 본점은 전국 16곳에 있는 한국은행 각 지역 본부로 다시 돈을 보낸다.
한국은행과 지역 본부 간 현금 수송 업무 역시 조폐공사의 현금 수송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금 수송에 관한 모든 정보는 보안상 비밀이고 암호화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는 없다.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의 현금 수송은 시중은행이 담당한다. 현금을 옮기는 지역과 경로가 앞서의 경우보다 넓기 때문에 전문 업체에 외주를 준다. 현금 수송 업체는 KFS(한국금융안전㈜), 브링스코리아, 발렉스 등이 있다.
우리나라 현금 수송 시장 규모는 연간 700억~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은행 지점뿐 아니라 각종 편의점, 터미널 ATM기 현금 수송을 합친 액수다. 서울 내 이동시, 업체가 은행으로부터 받는 돈은 4만5000~6만원이다. 지방은 이보다 비싸다고 하지만, 생각보다는 적은 액수다.
사고가 발생한 틈을 노려 현금을 훔칠 생각도 안 하는 게 좋다. 방검복·가스분사기·전자충격기·삼단봉으로 무장한 보안요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떨어진 돈을 주워가면 절도죄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현행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다. 현재 현금 수송 외주업체 선정 방식이 최저금액입찰이어서 검증 안 된 후발업체들이 덤핑, 가격 후려치기 등으로 원가를 낮추면서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연중행사처럼 발생하는 현금 수송 차량 강탈 사건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현금 수송업체 퇴직 보안요원들의 범행이 상당수. 업체는 이들이 사용하던 제복, 신분증을 수거해 악용소지를 줄이려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