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國璽)를 둘러싼 의혹의 뼈대는 민홍규(56) 제4대 국새제작단장이 2007년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을 횡령했고, 그 일부로 금도장을 만들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는 것이다.
제4대 국새는 2005년 제3대 국새에서 균열이 발견되면서 2007년 새로 만든 것이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2006년 11월 국새모형을 공모했고, 그해 12월 민씨의 국새모형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다툼의 시작은 '황금 골프채'?
국새 관련 의혹은 제작단장 민씨와 제작단원 이창수(46)씨 간 다툼으로 터져 나왔다. 이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민씨와 2002년부터 2009년 7월까지 함께 일했다. 민씨가 밀랍으로 조각하면 이씨는 이를 금속성 제품으로 완성했다. 공동작업을 했지만 민씨는 이씨를 장인으로 보지 않고 '종로에서 금은방 하는 기술자 정도'로 비하해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황금 골프채' 사업은 두 사람 사이를 결정적으로 멀어지게 했다. 황금 골프 퍼터를 만드는 글리프스는 작년 상반기까지 민씨와 함께 황금 퍼터를 만들다가 작년 말부터 이씨와 제휴했다. 민씨와 이씨 모두 '국새 제작자가 만든 황금 골프채'란 타이틀을 내세웠다. 하지만 민씨는 "이씨는 국새제작 보조역이었을 뿐"이라며 국새제작자 원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새 제작방법에서 금도장 로비 의혹까지
민씨와 이씨가 싸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혹이 쏟아졌다. 우선 전통방법으로 국새를 만들 때는 '금·은·동·주석·아연'을 넣어야 하는데, 제4대 국새에서는 주석이 발견되지 않아 의혹이 제기됐다. 민씨는 주석이 주물과정에서 뜨거운 열에 손실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씨가 내세우는 전통방법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론도 나왔다.
민씨는 국새 제작을 하면서 순금 3㎏을 9000만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실제 국새에 쓰인 금은 2㎏이 조금 넘는 양이라, 800~900g은 민씨가 착복했다는 것이 이씨 주장이다. 민씨는 "2007년 말 아내와 함께 '시금제'라는 제사를 지내고 남은 금을 다 태워 없앴다"고 했다.
이씨는 국새 제작 기간을 전후해 민씨가 금도장을 16개 만들었고, 이 중 13개를 로비용으로 정·관계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민씨는 "로비용 금도장을 만든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민씨가 만든 도장을 받았다"고 인정한 사람들이 있어 민씨 주장에 힘이 빠졌다. 더구나 민씨가 스승이라 주장했던 석불 정기호 선생의 아들이 "민씨는 아버지 제자임을 사칭했다"고 폭로해 그의 도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금도장 누구에게 전달됐나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최양식 전 행정자치부 제1차관(현 경주시장)은 "금도장인지 모르겠으나 도장을 받긴 받았다"고 인정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측은 "2006년 8월 지인이 도장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도장을 만든 사람은 민홍규씨가 아니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서는 여성골프티칭프로 최모씨가 금도장을 샀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박명재 전 행자부 장관과 황인평 전 행자부 의정관(현 제주부지사), 김모 전 산청군 의회의장 등이 금도장 수수 의혹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