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다리를 확보하라." 한국농구연맹이 2007년 3월 가동한 야심 찬 장신자(長身者) 발굴 프로그램이다. 농구 경쟁력이 약해지고 다른 종목에 인기를 빼앗긴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이었다. 이후 3년5개월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


장신자 프로그램이란?

'장신자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농구를 하지 않는 키 큰 학생들을 농구선수로 키우는 것이다. 초등학교 4~6학년 중 160㎝-170㎝-175㎝, 중학교 1~3학년 중 185㎝-190㎝-195㎝가 넘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농구연맹은 이들이 아마선수로 등록하면 곧바로 훈련 보조비 100만원과 50만원 상당의 농구용품을 제공했으며 최대 3년간 매월 훈련 보조금 20만원을 지급했다. 발굴자에게도 성과급으로 100만원을 지급했다.

흩어져 자라는 이들을 체크하기 위해 1년에 한두 차례 클리닉을 열었다. 여기서 성장 속도를 재고 대표 출신 지도자를 붙여 기량 향상을 도왔다. 올해 클리닉엔 NBA 스타인 뉴올리언스 호니츠의 센터 에메카 오카포가 초청됐다. 장신자 프로그램이 100% 성공한 것은 아니다. 1년 새 12㎝나 쑥쑥 자란 선수가 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163㎝였던 키가 3년간 7㎝밖에 안 자란 선수도 있다.


결실이 보인다

올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17세 이하 세계청소년농구선수권대회에 나선 대표팀 센터 장문호(부산 동아고1)는 경기당 평균 4.1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 이 부문 38위에 올랐다. 그 역시 장신자 프로그램에 의해 발탁됐다. 그는 부산 내성중 1학년 때 키가 1m82였다. 그는 여러 차례 농구를 권유했던 강수연 감독이 가르치는 경남중으로 전학했고 농구연맹 지원을 받으며 청소년 대표가 됐다. 지금 키는 1m99지만 아직도 자라고 있다.

올해 17세 대표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작년 아시아청소년대회에 출전한 김재중(용산고1·1m95), 올해 17세 이하 청소년 대표 후보 임종혁(광신정산고1·2m1)도 이 프로그램이 이룬 '성과물'이다.

국가대표를 지낸 김유택 오리온스 코치(맨 왼쪽 서 있는 사람)와 KBL이 지원한 장신선수들에 대한 클리닉을 갖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밖에 박유현(안양중3·1m85) 김민기(삼선중3·1m92)와 인천 전자랜드 양원준 사무국장의 두 아들인 재혁(용산중1·1m80)·재민(삼광초5·1m65)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키와 스타의 꿈을 동시에 키워가고 있다. 장신자 프로그램이 지원한 농구 꿈나무는 지금까지 78명인데 6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농구를 그만뒀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올해 남자 초등부 최강자는 전국대회 3관왕인 김해 동광초등학교다. 이 학교의 선수 12명 중 5명이 장신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다. 4학년 때 1m60대이던 선수 3명이 6학년 때 1m85대 장신 선수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들은 허병진 감독의 권유로 농구에 입문했다. 허 감독은 "일주일에도 한두 번 날을 잡아 관내 초등학교를 샅샅이 헤집고 다닌다"며 "10명 중 1명이 농구하게끔 만들면 대성공"이라고 했다.

허 감독은 다른 학교 선생님이나 교육청 자료에서 도움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키만 클 뿐 농구에 아예 자질이 없거나 부모의 반대가 워낙 큰 경우도 허다하다. 장문호의 아버지 장학식(49)씨도 그랬다.

그는 젊었을 때 운동을 했기에 아들이 농구하는걸 더 반대했다. 장씨는 "농구를 시작한 나이가 늦어 연맹 지원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지원금보다 제도 자체가 키 큰 어린 학생들에겐 꿈과 희망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