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오금동 보인고등학교 3학년 7반 교실에서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졸고 있었다. 감독 교사가 "졸린 학생들은 뒤로 가서 공부하도록!"이라고 말하자 한 학생이 교실 뒤편의 '키높이 책상'에 가서 책을 놓고 공부를 했다. 이 책상 높이는 일반 책상보다 35㎝ 높은 1m5나 된다.
이 학교는 지난 4월 1개당 4만3000원을 주고 '키높이 책상' 24개를 주문해 3학년 12개 교실에 2개씩 배치했다. 이 학교 김범두(43) 교사는 "처음에는 '2분 퇴장'이란 규정을 만들어 졸거나 지적받은 학생이 2분간 선 채 키높이 책상에서 공부하게 하는 '벌'이었지만 지금은 졸음이 오면 학생 스스로 뒤로 나가 키높이 책상에서 공부하다 잠이 깨면 자리에 앉는 '자율 규범'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키높이 책상 덕분에 잠자는 아이들이 없어졌고 면학 분위기도 살아났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 키높이 책상을 '졸음방지 책상'·'스탠딩 책상'·'입식 책상'·'키다리 책상'으로 부른다. 학생들은 졸음이 쏟아지면 책을 들고 '잠깨는 책상'으로 간다. 3학년 김모(18)군은 "책상이 모자라 한 책상을 두 명이 쓰는 경우도 있다"며 "3학년이 돼서야 이런 책상을 쓰게 된 게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 반응이 좋자 다음 달에는 3학년 교실에 2개씩 추가 배치하고, 1학년과 2학년 교실에도 2개씩 배치하기로 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교구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25개 학교에 1200여개의 키높이 책상을 납품했다"며 "표본으로 몇 개 가져갔다가 수십 개를 주문하는 학교도 있고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사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의 정신여고도 지난 1학기에 43개의 키높이 책상을 주문해 전 학년 교실에 1개씩 배치했다. 이 학교 이희천 교감은 "다른 학교에서 키높이 책상 효과가 높다고 해서 구입했다"며 "졸음이 오면 스스로 나가 공부하도록 하고 있는데 학생들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