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 기자] 요즘 가요계에서 한글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돌 그룹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수많은 그룹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들 대부분이 영어로 자신들의 정체성 및 음악을 표현하고 있다.
그룹명은 거의 한국어 전멸이다. 슈퍼주니어(Super Junior), 브라운아이드걸스(Brown Eyed Girls), 샤이니(SHINee), 빅뱅(BigBang), 2NE1, 2PM, 2AM, 카라(KARA), 유키스(U-KISS), 티아라(T-ara) 등 데뷔한지 오래된 그룹부터 에프엑스(f(x)), 포미닛(4minute), 비스트(BEAST), 엠블랙(MBLAQ), 미쓰에이(miss A), 시크릿(Secret), 씨스타(SISTAR), 레인보우(RAINBOW), 포커즈(F.CUZ) 등 신진세력까지 영어 이름 일색이다. 동방신기의 믹키유천, 영웅재중, 시아준수도 따로 그룹을 결성하면서 JYJ라고 이름을 지었다.
최근 활동 중인 그룹 중 한국어로 볼 수 있는 그룹명은 소녀시대, 대국남아, 남녀공학, 초신성 등 네 팀 가량에 그친다.
노래 제목도 영어가 대세다. 타이틀곡 '아 윌 비 백(I’ll be back)으로 컴백할 예정인 2PM은 ‘하트비트(heartbeat)’, ‘어겐 앤 어겐(Again&again)’, ‘위드아웃 유(without you)’ 등 최근 히트곡이 모두 영어 제목이었으며, 2NE1은 타이틀곡 세곡 중 ‘고 어웨이(Go Away)’, ‘캔트 노바디(Can't nobody)’ 등 두 곡이 영어 제목이었다. 보아의 최근 활동곡도 ‘허리케인 비너스(Hurricane Venus)’와 ‘카피 앤 페이스트(Copy&Paste)’이며, 미쓰에이도 ‘배드걸 굿걸(Bad Girl Good Girl)’에 이어 ‘브리드(Breathe)’로 활동 중이다. 이 모두 흔히 쓰여왔던 영단어는 아니다.
노래 가사 속 영어도 필수다. 예전엔 흥을 돋우는 용도로 쓰이던 영어 가사가 이젠 가사의 상당부분, 혹은 가장 중요한 후렴구를 버젓이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가사 자막엔 영어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이같은 가요계의 영어 의존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지 세련돼 보인다는 구시대적 의견은 차치하고서라도, 해외팬들에게 쉽게 이름과 노래를 각인시키려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사실 사회 전반적으로 한국어만 쓰는 게 좋다는 인식은 없어진지 오래 아니냐”면서 “일상에서도 많이 쓰다보니 노래 가사 및 그룹명으로도 위화감이 없고, 해외팬들도 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있어 일부러라도 독특한 뉘앙스의 영단어를 더 찾는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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