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한 유치원생이 엄마손을 잡고 풀이 죽은 얼굴로 피부과를 찾았다. 인물도 잘생긴 편이나, 한참 장난기 많고 말많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조신하고,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유인 즉, 유치원 친구들이 ‘넌 왜 얼굴에 껌을 붙이고 다니니?’라고 놀리기도 하고 신기해 하는 것이다. 이런 놀림에 의기 소침, 선천성 점, 모반을 치료하러 병원을 찾게 되었다.

요즈음은 부모가 먼저 챙기기 전에 애들 스스로 혈관종, 밀크 커피 모반, 표피 모반, 피지모반 등의 선천성 모반 종류의 수술을 원한다. 올해 초 서울대 피부과교실에서는 이런 단순한 점에서 악성 흑색종이 발생된 사례를 모아 학회지에 발표했다. 악성 흑색종은 일단 발생하면 치명적인 암이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이미 거대 선천성 모반에서 악성 흑색종 발병율이 정상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좀 작은 점에서도 악성으로 변하는 사례 보고는 선천성 모반을 치료해야 하는 중요 이유다. 또한 콤플렉스를 유발하는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도 대부분 수술하거나 레이저로 없애주러 병원을 찾는다.

선천성 모반의 치료방법은 아주 작은 것부터 거의 온 전신을 덮는 거대 모반까지 크기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된다. 치료 시기는 신생아 때 시작하는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기전에 시행하는 것이 좋으나 전신 마취하기 싫다면 초등학교 5-6학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얼마전 TV에 원숭이처럼 온 몸에 털이 난 아이가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거대 선천성 모반은 털이 수북해 마치 원숭이 아기처럼 보인다.

거대 모반은 악성 흑색종 발병 가능성과 미용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아예 다 떼어 버리면 가장 좋겠지만 크기가 크면 수술로 제거하기가 힘들어 가능하면 생후 14일 이내, 늦어도 생후 6개월이내에 레이저로 점 상층부를 깎아내고 피부를 배양해 이식하면 아직 모반 세포가 진피 깊숙이 뿌리 내리지 않아 재발이 잘 되지 않고 흉터 형성 없이 대부분 제거될 수 있다.

만일 모반 전층을 다 제거하고 피부이식을 하면 흉터도 상당히 남을 뿐 아니라 피부이식 부위를 포함, 2배 크기로 피부 손상이 남기 때문에 권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유명 국제논문에 의하면 암 유발 세포들이 점의 상층부에 몰려 있다는 연구가 있어 상층부만 제거해도 암 발생 요인을 상당히 줄인다. 중형 크기의 모반은 단계적 절제술도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 된다.

최근에는 레이저 박피 제거술 및 Q 색소 레이저의 병용요법 또한 절제가 어려운 모반에 시행할만한 치료법이다. 단순한 Q 레이저 반복 시술은 효과도 적을 뿐 아니라 악성 흑색종으로 변화 가능성 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레이저 박피 제거 및 Q 색소 레이저의 병용요법은 수술 후 흉터도 없애는 일석이조 방법이다. 최소 반흔과 빠른 상처 복원을 위해 피부 배양 이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치료 방침을 결정할 때 고려사항은 악성변화의 기회를 줄이는 것, 눈 코 입 주위인 경우 장기의 정상적인 기능의 유지, 미용적인 호전 등 관점에 따라 치료자가 적절하게 방법을 제시하고 환자와 상의 하에 선택하여야 한다. /세련피부과 황규광 원장(사진)